중앙분리대 완충장치만 있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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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 입구에서 트럭이 철재 중앙분리대 시작점을 들이받은 사고 현장. 유가족 제공

지난 설날 연휴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 인근에서 40대 남성이 택배 트럭을 몰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사망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유가족은 사고 지점에 충격흡수시설만 있었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 호소한다. 기장군청은 뒤늦게 사고 지점에 안전시설물을 설치했다.

21일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전 4시 30분께 40대 택배 기사 A 씨가 몰던 트럭이 기장군 정관읍 곰내터널 입구 약 100m 전 중앙분리대 시작점을 들이받았다. 운전석 부분이 철재 중앙분리대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크게 다친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일 만에 사망했다.

곰내터널 입구 중앙분리대 충돌
40대 택배기사 안타까운 참사
국토부 지침 명시 불구 미설치
기장군청 뒤늦게 시설물 보강

경찰 조사 결과, 사고는 A 씨가 곰내터널 진입을 위해 기장군 정관읍에서 금정구 방향으로 좌회전 직후 도로로 뛰쳐나온 길고양이를 피하려다 핸들을 급하게 꺾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데도 쉬지 못하고 배송할 생수를 실으러 가는 길이었다.

유가족은 충격흡수시설이 있었다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소한다. A 씨의 유가족은 “완충장치가 없는 중앙분리대 시작점은 날카로운 철재라서 도로 위 흉기나 마찬가지”라면서 “다른 곳처럼 충격완화장치가 있었다면 결코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사고 지점과 같은 유형의 철재 ‘방호울타리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때는 중앙분리대의 단부와 차량과의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시선유도봉과 충격흡수시설 등을 설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부는 중앙분리대의 시작과 끝점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중앙분리대 단부에는 실물충돌시험에 합격한 방호울타리 단부처리 시설이나 중앙분리대용 충격흡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지점에는 당시 주황색 시선유도봉 2개만 설치돼 있었다. 충격흡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시선유도봉만 사고 당시 처참하게 파손됐다.

기장군청은 지난달 15일 뒤늦게 사고 지점에 장애물 표적표지와 충격흡수시설을 설치했다. 충격흡수시설은 크기에 따라 대, 중, 소로 나뉘는데 이곳에는 폭 60cm, 높이 90cm의 소형이 설치됐다. 기장군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사고 지점에 충격흡수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유가족의 민원과 경찰 요청이 있었고, 공간이 나오지 않아 도로교통공단 등과 협의 끝에 가장 작은 규격의 충격흡수시설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관계자는 “사망 사고가 일어나기에는 차량 속도가 빠르지 않은 지역인데 이례적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철재 중앙분리대 단부는 충돌 시 매우 위험한 만큼 충격흡수시설 설치로 해당 지점 사망사고의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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