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영화의전당 대표

“영화의전당을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시민이 찾아주지 않는다면, 센텀시티에 외로이 고립된 섬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을 구축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영화의전당, 투 트랙 체제로 미래 10년을 이끌겠습니다.”

올 1월 취임한 김진해 영화의전당 대표이사는 “2개월여 동안 총 11차례의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영화·공연·전시·행사 등을 통한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 기여’라는 새로운 비전을 정했다”고 밝혔다.

1월 취임 11차례 간담회 개최
강좌·기획공연·전시장 등 늘려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키로
미디어아트 중심 전시기능 강화
메타버스 플랫폼 등 혁신 강조도

“화려한 건물 외관 때문인지 시민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문턱이 높다고 할까요? 앞으로는 시민이 찾고 싶은 열린 공간으로 영화의전당을 만들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 달부터 영화인문학 아카데미를 여는 등 시민 친화적 강좌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유휴공간에 미디어아트 전시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시네마운틴 1층의 카페 공간을 야외광장과 가까운 출입문 쪽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볼 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있으면 사람이 오게 돼 있습니다.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자체 기획공연을 활성화 하고, 적극성을 갖고 콘텐츠를 생산하겠습니다.”

김 대표는 영화를 기본으로 춤, 음악, 뮤지컬 같은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결합된 새로운 기획공연을 구상 중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서 공연장을 모든 예술단체에 개방할 생각입니다. 부산국제무용제와 연극제, 코미디페스티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소수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많은 창작·예술단체에 기회를 열어놓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으로 ‘개방과 참여’를 꼽았다. 미디어아트 중심의 전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기존 아티스트 그룹과의 협업을 꼽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영화의전당 외벽을 미디어아트 전시 장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야외 장비 설치 문제라든지 예산의 문제로 미디어아트를 하기가 힘들다 할 게 아니라 아티스트 그룹과 협업해 공간을 활용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시네마테크 운영과 관련해서는 1인 프로그래머 체제를 3인 체제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객의 욕구가 다양해진 만큼 프로그램에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영화의전당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지원 사업’ 공모를 준비 중이다.

“가상공간에 영화의전당을 건설하기 위해 최근 ‘메타버스TF팀’을 구성했습니다. 가상공간에서 공연도 보고, NFT(대체 불가 토큰) 거래도 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현재 줌으로 진행 중인 직원 회의도 향후에는 메타버스 회의로 전환할 생각입니다.”

지난달 열린 ‘영화의전당 미래 10년의 비전과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와의 협력 방안으로 제시된 순환보직 근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BIFF와의 인위적 결합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단법인인 BIFF와 재단법인인 영화의전당은 운영 체계나 이해관계가 다릅니다. 순환근무를 한다면 차라리 같은 재단법인인 부산문화회관이나 부산문화재단 쪽이 맞겠지요. BIFF와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유기적 협력 관계로 갈 생각입니다. 영화제가 성공해야 영화의전당의 존재 의미가 있는 만큼, BIFF에 대해서는 100% 지원할 생각입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