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원자재 대란에 부품 빼고 가격 더한 완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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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계속되고 있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원자재난으로 소비자들이 안전·편의 사양이 장착되지 않은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원자재값과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로 차값을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어 글로벌 재난상황에 업체들만 잇속을 챙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40% 올린 테슬라 ‘모델Y’비롯
재난 빌미로 차값 인상 잇따라
완성차 업계, 덜 팔고도 더 이익

한국지엠, 반도체 사후 장착
BMW·벤츠·아우디 일부 모델
안전·편의 사양 줄인 채 출고


■원자재 대란, 완성차 업체만 배불리나

테슬라의 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Y’는 1년 전에 비해 차값이 1200만~2600만 원 오른 8649만~9239만 원에 국내 판매되고 있다. 차값이 최대 40% 이상 오른 셈이다. 배터리용량 확대 등 일부 기능 개선이 있었지만 과도한 차값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는 600만 원, BMW ‘X5’는 1000만 원 가량 각각 인상됐고,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도 150만 원 이상 올랐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차값 인상에 대해 “차량 반도체 부족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철광석과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리튬 가격 급등, 물류비 증가 등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글로벌 판매량 기준 1~11위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업체들이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핑계로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업체들의 지난해 총 판매량과 총 영업이익은 각각 6250만 6000대, 1581억 2800만 달러(약 192조6789억 원)였다. 이는 2019년 실적(7428만 7000대, 935억 2000만 달러)에 비해 1178만 대를 적게 팔면서도 약 78조 7000억 원을 더 벌어들인 것이다.

문제는 고객들이 오른 가격에 살려고 해도 업체들이 제때 공급을 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요 모델의 경우 보통 6개월에서 1년 가량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경우 2년 이상 대기하는 모델도 생겨나고 있다.



■반도체 부품 수급 실태는

국내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까지만해도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차종의 경우 내비게이션을 빼고 출고하는 등 근근이 버텼으나 이번 달부터는 일부 안전사양까지 장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는 ‘GV70’과 ‘G80’, ‘GV80’의 경우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 HDA2를 제외하는 쪽으로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고가차 위주로 반도체 부품을 먼저 공급하는 바람에 경형 SUV ‘캐스퍼’ 등 저가차의 경우 차량 출고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한국지엠은 수급이 안되는 반도체를 사후에 장착해주는 형태로 차량을 출고하는 ‘우선 출고 옵션’을 진행 중이다. 해당 부품만 빼고 나머지 부품을 장착한 뒤 부품 수급이 되면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달아 바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선 출고 옵션은 현재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트래버스’, ‘타호’ 등에 적용되고 있다. 열선·통풍시트, 스트어링 휠(운전대) 열선, 주차보조 기능 등 주행에는 영향이 없는 편의사양 등이다.

BMW는 일부 모델의 터치스크린과 통풍시트, 서라운드뷰 등을 옵션으로 돌리거나 기능을 뺀 채 출고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 ‘i4’의 경우 전시차는 수동시트였지만 4월 인도분부터 전동시트로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E’ 모델의 경우 메모리 시트가 빠진 채로 출고되고 있다. ‘CLA’, ‘GLA’, ‘GLB’ 등 콤팩트 모델은 기본으로 장착되던 휴대폰 무선충전기능을 제외한채 고객들에게 인도되고 있다.

아우디도 일부 모델에 한해 휴대폰 무선충전기능을 빼고 출고하고 있다. 포르쉐는 판매하는 모든 모델에서 자동 스티어링 휠(운전대) 대신 수동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고 있다. 포르쉐코리아 측은 “향후 무상으로 전동식 칼럼 조정 기능으로 바꿔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 교수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원자재난으로 업체들도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어 차값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고객들은 과도하게 차값이 오르거나 주요 안전·편의장치가 빠져있는 차량은 구매시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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