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방점 두는 부산 교육, ‘미래’ 지향하는 경남·울산 교육
부울경 교육정책 어떻게 되나
6·1 지방선거에 일었던 거센 보수 바람은 8년 만의 ‘부산시교육감 교체’로 이어졌다. 피 말리는 대결 끝에 승리한 보수 성향의 하윤수(60) 당선인은 지난 8년간 김석준 현 교육감이 추진해 온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부산 교육계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경남과 울산은 진보 성향의 현 교육감이 나란히 당선돼 공공성에 중점을 둔 현재의 교육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부산권 자사고·특목고 추진…
8년 만에 교육감 바뀐 부산 변화
경남·울산 기존 정책 탄력 전망
■부산, 기초학력 다지기부터 다시
가장 큰 변화는 초·중·고교 전수 학력평가 시행이다. 하 당선인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미래교육에 앞서 기초학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다. 가칭 ‘부산학력평가연구원’을 설립하고 연 1회 기초학력 진단평가(초등학생)와 학업성취도 평가(중·고등학생)를 실시해 학생 수준을 진단한 뒤 맞춤 교육으로 학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동서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서부산권(북구·사상구)에 1곳씩 자사고·특목고 설립도 추진한다. 이는 새 정부의 ‘특목고·자사고 유지’ 방침보다 더 나아간 것으로, 정원의 30%를 해당 지역 학생에게 할당하는 방식으로 서부산권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토론이나 창의교육보다 지식 위주의 공부에 초점을 맞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과거 회귀’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표심은 ‘미래’보다 ‘학력’을 택한 만큼 하 당선인의 행보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현 교육감의 정책을 무조건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혀 곧장 대대적인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 당선인은 2일 와의 통화에서 “다행복학교 등 김 교육감이 펼친 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를 해서 좋은 정책은 더 발전시키고, 잘못됐다면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경남·울산, 공공성·복지 더 강화
3선 고지에 오른 박종훈(61) 경남교육감 당선인은 그간 학생 맞춤형 교육기반 구축을 목표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반 교육플랫폼인 ‘아이톡톡’ 보급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 왔다. 박 당선인은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이톡톡’이다.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는 경쟁자인 김상권 후보 측으로부터 아이톡톡이 이용하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예산 낭비 요소가 짙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또 선거 과정에서 진보, 중도,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대통합의 교육감이 되겠다고 강조한 만큼 보수단체들이 요구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할지도 주목된다.
노옥희(64) 울산교육감 당선인은 주입식 교육과 경쟁 교육은 지양하고,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미래지향형 교육을 추구한다.
우선 대표 공약인 ‘배움성장집중학년제’를 통해 기본을 튼튼히 하고, 학년별로 테마를 정해 맞춤형 교육을 시행한다. 진보 진영의 대표 교육정책인 무상급식, 혁신학교 추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노 당선인은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초·중·고 무상교육에 이어 유치원까지 완벽한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또 교육청과 지자체 간 돌봄사업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중·고등학생에게 체육복도 지원한다.
이대진·권승혁·백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