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의 쏘울앤더시티]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 되려면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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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6·1 지방선거에서 부산 시민들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부산시장으로 선택했다. 예상됐던 결과로 반전은 없었다. 시민들은 지난해 4·7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박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벼랑 끝에 선 부산의 운명을 그에게 맡긴 것이다. 박 시장은 이번 선거전에 나서며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단순히 물질적 풍요만이 아니라 시민 행복을 추구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다짐까지 덧붙였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고 한 줄 레토릭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적 수사는 수사일 뿐 현실화하지 않는 레토릭은 희화화되기 십상이다.

부산 시민 박형준 시장 압도적 지지

대선 연장전 성격 지역 이슈 파묻혀

쪼그라드는 부산의 엄혹한 현실 여전

부울경 메가시티 통합의 리더십 요구

새로운 산업생태계 만들어 지역 혁신

널리 인재 구하고 새 바람 일으켜야

박 시장의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은 그의 당선과 함께 이제 냉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지금 부산의 현실이 그렇다. 그의 당선이 지난 1년간 ‘박형준 시정’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의 연장전 성격으로 전개됐다. 지역 이슈는 묻혔고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견제 심리가 유권자의 표심을 갈랐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중앙 정치가 지방 정치를 집어삼켰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박 시장은 선거전에서 지난 1년간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가능성을 자신의 리더십으로 보여 줬고 혁신의 싹을 틔워 도시에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부산의 객관적 현실은 여전히 희망적이지 않다. 2020년 기준 336만 명이던 부산의 인구는 2050년에 251만 명으로 쪼그라들고 평균연령이 46.3세에서 60.1세로 크게 높아진다고 통계청은 내다봤다. 전국 8대 대도시 중 평균연령이 60세를 넘는 곳은 부산뿐인데 이게 객관적인 지표가 보여 주는 엄혹한 현실이다. 희망의 싹을 틔운다고 쉽게 키울 수 있는 토양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 박 시장이 걸어야 할 길이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는 말이다. 당장 내년 1월 1일 공식 출항해야 하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문제다. 메가시티에 미온적 입장을 보였던 국민의힘 박완수·김두겸 후보가 경남도지사와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부울경이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한 메가시티다. 이명박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었던 5+2 광역경제권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균형발전 정책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수도권에 맞설 광역경제권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지원해 그 효과가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게 하겠다고 했다. 부울경에는 더없는 기회다. 박 시장의 부울경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완성하고 국가 지도자로 부상하는 부산시장의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내년 말로 예정된 2030월드엑스포의 부산 유치 여부는 도시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은 물론 박형준 시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느냐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선거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선거일 하루 전 부산행을 강행하며 성공적 유치를 위해 국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이다. 올인한 상황이니 성공적인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부산의 본질적 문제로 돌아오면 쇠락해 가는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혁신해 도시의 활력을 되살릴 것이냐는 질문에 닿는다. 지난 1년간 지산학(지자체·산업계·학계) 협력에 시정의 역량을 쏟은 것도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박 시장은 희망의 싹을 보았다고 했지만 동시에 두터운 벽도 느꼈을 것이다. 이미 돈과 인력이 수도권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전임 시장들이 만든 창업센터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는 것을 보며 현실을 절감했으리라 짐작된다. 전혀 새로운 접근과 충격이 요구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시대 수도권과 백지 상태에서 맞짱을 뜰 수 있는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희망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 특구도 그렇고 수소 밸류체인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15분 도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시민 행복을 위해 박 시장이 던지는 화두다. 이야말로 레토릭에 그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부산의 삭막한 도심 모습은 박 시장이 그리는 15분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부전천이나 보수천 등 도심의 물길을 복원하고 숲길을 만드는 일부터 필요할지 모른다.

부산의 산적한 현안을 헤쳐 나가려면 결국 사람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새 출발을 해야 하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부터 나올 것이다. 당장 공무원 조직을 어떻게 신발 밑창이 닳도록 뛰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만만찮은 일이다. 1년간 시정을 이끌며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행정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을 수도 있다. 여야를 가리지 말고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외부 영입을 통한 자극도 필요하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모든 일의 출발이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이 출발선에 섰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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