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부산 해양 우주산업 키우자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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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성공 계기, 민간 주도 미래산업으로 발전시켜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에 성공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에 성공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역사적 발사 성공으로 국내에서도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향한 성능검증위성은 목표 궤도에 정확히 도달했고 지상국과의 양방향 교신에 성공하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성능검증위성에 실린 큐브위성 4개도 2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차례로 사출돼 백두산, 해양 플랑크톤, 미세먼지 관측 업무에 들어간다.

세계는 지금 우주전쟁 시대다.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를 넘어 ‘뉴 스페이스’ 시대에 접어들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도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주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부산시도 지자체 최초로 해양나노위성 발사를 진행 중인데 해양 우주산업 도시 부산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 ‘블루 오리진’

미 우주 산업·인프라 구축 주도

위성 활용·재사용 발사체 개발

블루 오션으로 각광·폭발적 성장

아직 걸음마 단계 국내 우주산업세계

시장 비중 0.8%로 미미

정부, 적극적 생태계 조성 중요

컨트롤타워 우주청 설립도 필요

부산시, 해양나노위성 발사 추진

전국 지자체 중 첫 프로젝트 주목

해양수도 특성 살려 특화 개발을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주)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제공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주)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제공

올드 스페이스 넘어 뉴 스페이스

우주개발은 국가 주도로 이뤄지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군사적 목적에 의해 정부 주도로 이뤄졌지만 이제 민간투자에 의한 우주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달에 사람을 보내고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이 국력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국익을 위해 우주산업을 키우는 일이 중요해졌다.

우주 강국 미국에서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도 우주 경쟁에 가세했다. 스페이스X는 세계 최초로 상업용 우주선을 발사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시켰고 로켓 재사용 기술과 인공위성 발사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2050년에 화성에 8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내놓았다. 블루 오리진은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된 재사용 발사체 사업을 벌이고 있고 달에 우주 산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버진 갤럭틱도 우주 관광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세계 우주산업 시장 폭발적 성장

우주산업은 발사체(로켓)와 위성 개발부터 지구 관측, 우주 인터넷, 우주여행, 우주 광물 탐사, 우주정거장 등으로 거대한 블루 오션이 형성되고 있다. 기업이 우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눈독 들이는 분야는 다양하다. 그중 위성 활용 서비스는 가장 돈 되는 분야로 꼽힌다. 미국 스타트업 카펠라스페이스와 핀란드의 스타트업 아이스아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으로 러시아군의 이동 정보를 제공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위성 데이터 분석 시장은 정부 자원 관리나 재해 대응 등 공공 부문에서 각국의 원유 재고 파악을 통한 유가 정보 등 민간에게 상업적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개발은 기존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과 다양한 우주 스타트업들이 서로 경쟁하고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우주산업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3240억 달러(약 378조 원)에서 2040년 1조 1000억 달러(약 128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발사대에 선 국내 우주산업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진 누리호 발사에는 들어간 부품만 37만 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3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7년까지 6874억 원을 들여 누리호를 네 차례 더 발사한다. 8월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어 쏜다. 2031년 달 착륙선을 자체 발사체로 발사하는 게 목표다.

우리의 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예산과 R&D 과제로 이뤄지고 있고 뉴 스페이스 시대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우리의 우주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8%로 미미하다. 출발은 늦었지만 우주산업은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청년 실업과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민간 주도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국내 우주산업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민간 참여를 유도해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를 총괄할 우주청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해양 우주 스타트업 클러스터 만들자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산시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추진하는 해양나노위성 발사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2019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공모사업인 ‘미래 해양도시 부산의 신산업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182억 원)’의 일환인데 해양 미세먼지와 해양 탐사를 위한 해양나노위성 ‘부산샛’ A·B 2기 개발이 진행 중이다. 부산테크노파크가 주도하는 이 사업에는 초소형 인공위성 종합 솔루션 스타트업인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인공위성용 초정밀 전자광학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인 텔레픽스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2019년 영도의 부산테크노파크 해양물류산업센터로 본사를 이전했다.

급성장하는 위성 산업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이 부산을 기반으로 글로벌 우주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특히 해양수도 부산의 특성을 살려 해양을 기반으로 한 우주산업을 특화 개발하면 새로운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이들 기업이 입지한 영도 동삼혁신지구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국립해양조사원이 국가해양위성센터를 운영해 우주 스타트업들을 불러 모으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경기도 평택에 본사를 둔 해양위성통신 안테나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도 부산에 연구소 설립을 진행 중이다. 부산테크노파크 스마트해양기술단 서효진 해양물류산업센터장은 “부산의 해양과 우주산업을 결합하면 해양 위성은 물론이고 해양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해양 생태계·자원 모니터링, 해상 재난 예측, 최적 항로 네비게이션 서비스, 선박 자율 운항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며 “해양에 특화해 우주산업을 잘 키우면 부산의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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