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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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근 동의과학대학교 기계설계과 교수

1970년대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자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기술적, 사회적 발전을 일궈냈다. 우리가 현 위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제조업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진흥 산업화는 도시 발전과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막대한 외화 획득이란 결실을 맺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 역시 남다르게 다가온다. 세계 최강국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고 지난해 자국의 제조공장 투자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사회발전에 있어서 제조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펜데믹에 이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혼란스러운 세계정세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중국에 앞다퉈 생산공장을 세웠던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둘씩 본국으로 생산시설과 설비를 이전하는 리쇼어링 역시 활발하다. 또한, 과거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은 ICT 고도화 속에서 자본·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다시금 제조업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뿌리산업 육성,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 등 국내 제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대외 수출이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제조산업의 발전 없이는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기는 어렵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조산업 현장은 열악한 상황이다. 그간 국가 주도 경제개발은 제조업 구조가 자동차, 조선, 석유 등 특정 분야에 편중되는 결과를 낳는 한편,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공업 분야 기피 현상 역시 심화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숙련된 고급 기술자들 상당수가 고령으로 은퇴할 나이가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기술을 전수 할 젊은 인력이 없어 오랫동안 축적해온 기술이 사장될 위기라는 하소연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 기술로 대체되는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산업기술 상당 분야는 사람에 의해 축적되고 있고 이를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향후 벌어질 제조업 분야 인력 수요·공급 불균형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공급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이 급격히 쇠퇴의 길로 접어들 것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제조업 기반 산업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일자리 자체가 소멸하는 비극을 맞을 수도 있다. 최소한 그동안 축적된 기술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선 제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업 분야 인력양성이 필수적이며, 학생들이 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속에서 제조업 인력양성의 저변이 확대돼, 다가오는 미래에도 제조업이 대한민국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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