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숨비] “제주도 밖 ‘육지 해녀 문화’ 보전 정책·제도 서둘러야”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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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6년 만에 한·일해녀포럼
“보호 대상 넘어 경제 주체 인식을”
“해조류 중시, 한·일 해녀 공통점”
‘부산 숨비’ 프로젝트 사진전도

부산에서 6년 만에 열린 한·일해녀포럼에서 제주도 밖 육지 해녀 문화를 보전할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포럼에서는 〈부산일보〉 취재진이 ‘부산숨비’ 프로젝트를 위해 촬영한 사진들도 전시됐다.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와 일본 해조과연 그룹 등은 지난 26일 오후 동의대 산학협력관에서 ‘2022 한일해녀포럼’을 개최했다. 부산 해녀를 포함한 국내 학계·연구원·지자체·사회적 기업과 일본 학계와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경북과 부산의 해녀 모습’ 사진전도 열렸다. ‘부산숨비’ 프로젝트 과정에서 촬영한 기장, 남천, 다대포, 송도, 영도, 청사포 해녀 사진이 전시됐다. 유형숙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장은 “2016년 벡스코 포럼에 이어 한·일 해녀 학술 교류가 부산에서 다시 열리게 됐다”며 “부산과 경북 해녀 사진전으로 제주도 밖 지선(지방) 해녀 이야기도 공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럼 1부 ‘해녀를 돌아보다’ 발표에서는 육지 해녀가 문화유산 가치를 넘어 경제 주체로 인식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빛문화재연구원 여수경 책임연구원은 “유네스코에 ‘제주 해녀 문화’라 등록됐는데 단어가 주는 한계가 있다”며 “제주도 밖 해녀도 보호 대상을 넘어 경제 활동자라는 인식이 커져야 문화 전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해녀 관계와 특징도 다뤄졌다. 미에대 인문학부 쓰카모토 아키라 교수는 “일본 해녀와 상인들이 조선해에 진출해 우뭇가사리로 큰 이익을 얻던 시절도 있었다”며 “유럽에서 쓰레기로 보는 해조류 등을 바다의 자원으로 삼은 게 양국의 공통점”이라고 발표했다.

한·일해녀포럼이 지난 26일 부산 동의대에서 6년 만에 다시 열렸다. 한국과 일본 학계 인사 등이 해녀 현황과 정책에 대한 각종 의견을 교환했다. 정수원 PD blueskyda2@ 한·일해녀포럼이 지난 26일 부산 동의대에서 6년 만에 다시 열렸다. 한국과 일본 학계 인사 등이 해녀 현황과 정책에 대한 각종 의견을 교환했다. 정수원 PD blueskyda2@

포럼 2부 ‘해녀와 해조류(미역과 천초)’ 발표에서는 ‘블루 카본(Blue Carbon)’ 사업에 해녀와 해조류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루 카본’은 해조류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 등의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경상북도 김남일 환동해본부장은 “내년에 국책사업으로 설립하는 블루 카본 연구센터는 동해에서 미역을 키우는 해녀들과 어촌 마을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보다 해녀 사업이 다양한 경북의 사례도 소개됐다. 김 본부장은 “경북은 통계청에 요구해 3년마다 해녀 데이터를 조사하고, 구조 신호를 보내는 스마트 테왁도 보급할 예정”이라며 “해양보호구역(MPA) 지정, 해녀미역맥주 등 상품 개발, 경북·제주 해녀 교류 같은 해녀 보전 정책도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 ‘소셜캠퍼스온’ 박철훈 경북센터장은 “해녀 미역을 활용한 대체 육포 등 각종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리쓰메이칸대 경영학부 이시카와 료타 교수는 “조선에서 생산된 우뭇가사리는 부산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됐다”며 “공업 등에 활용한 우뭇가사리는 2020년에도 한국에서 약 260t이 수입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일보가 ‘부산숨비’ 프로젝트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한일해녀포럼에 전시됐다. 정수원 PD blueskyda2@ 부산일보가 ‘부산숨비’ 프로젝트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한일해녀포럼에 전시됐다. 정수원 PD blueskyda2@

동명대 나윤중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해녀 문화 보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도쿄해양대 슈조 고구레 교수는 “일본 정부는 인구 과소 지역에 정착하면 3년간 지원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 제도를 활용해 해녀로 정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식용으로 쓰지 않은 해조류를 해녀들이 수확해 상품화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리대 후지타 아키요시 교수는 “한국과 일본 해녀가 유럽이나 미주 교과서에 지속 가능한 어업인으로 소개될 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 어촌계와 해녀들도 의견을 보탰다. 박귀한 남천어촌계장은 “젊은 층이 해녀가 되고 싶어 어떤 국가 지원책이 있냐고 묻는데 실질적인 정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남천어촌계 강순희·김경숙 해녀도 건강 문제 등에 대한 지원책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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