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코남] #38. 낙동강의 움직이는 섬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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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부산 낙동강에 정체불명의 섬이 나타났다. 강 위를 둥둥 떠다니는 이 섬은 하루에 몇십 미터를 이동하기도 하고, 하룻밤 사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주민들 눈에 발견된 지는 6개월 정도. 특히 바람이 불거나 흐린 날이면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섬이 나타난다,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낙동강의 움직이는 섬.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직접 배를 타고 나가봤다.


움직이는 섬을 찾아라

부산 사하구 을숙도. 낙동강하굿둑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랐다. 높은 곳에서 낙동강을 관찰하면 '움직이는 섬'을 쉽게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유난히 맑은 날씨 덕에 낙동강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전망대 위에서는 낙동강 인근 습지와 섬을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배를 타야만 했다.

을숙도 체육공원 인근 선착장. 환경보호단체 초록생활의 백해주 대표가 직접 키를 잡고 안내를 맡았다. 그는 "움직이는 섬을 볼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나가봐야만 알 수 있다"며 "확률적으로 이렇게 맑은 날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기대를 접게 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배에 올라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섬 수색을 시작했다.


보이는 건 갈대뿐

배는 을숙도에서 출발해 낙동강 상류로 향했다. 백 대표는 "움직이는 섬은 엄궁동 부근에서 자주 발견된다"며 일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배를 이리저리 몰며 낙동강을 헤맸지만 움직이는 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조 무리만 한가로이 떠 있었다. 10분 남짓 낙동강 상류로 조금 더 올라갔다. 곧 '삼락습지'라고 불리는 곳 인근에 도착했다. 습지에는 갈대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성인 남자 키보다 훨씬 큰 갈대가 강을 따라 자라고 있다.


삼락습지 옆으로 배를 이동하며 살폈지만, 여기도 갈대만 있을 뿐 어디에서도 섬을 찾을 수 없다. 움직이는 섬이니까… 우리를 피해서 도망치는 것은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있던 중 백 대표가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사실 저게 바로 움직이는 섬의 정체입니다." 그는 갈대를 지목했다.


갈 곳 잃은 갈대

백 대표는 "움직이는 섬이라고 별명이 붙었지만, 사실은 갈대 수풀 섬"이라며 "정확히 말하면, 낙동강에 정착하지 못한 어린 갈대가 강바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서로 엉켜 강물을 떠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낙동강에는 성장을 마친 후 갈색빛을 띠는 갈대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주변에는 마치 잔디처럼 키가 작은 초록빛을 내는 어린 갈대가 있었다.


움직이는 섬의 정체는 이 어린 갈대가 정착하지 못하고 떠내려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백 대표는 "과거부터 아주 작은 형태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긴 했지만, 섬이라고 부를 만큼 대규모로 떨어져 나온 건 네댓달 전부터"라고 말했다. 백 대표가 목격한 섬은 길이 30~40m, 폭은 10m 정도의 크기였다. 가까이 다가가 어린 갈대를 관찰했다. 손으로 잡아당기니 쉽게 끌려 올라왔다. 작은 갈대가 엉켜있는 형태라 당연히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도 없다.


습지의 위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백 대표는 조심스럽게 낙동강하굿둑 수문이 열린 것과 관계가 있다고 추측했다. 백 대표는 "올해 초 하굿둑 수문이 상시 개방되면서 수풀 섬이 많이 발생했다"며 "아마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염분이 유입된 후 나타난 생태계 변화로 생각된다"고 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내수면에 정착한 갈대가 해수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곳 습지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백 대표는 "원래 갈대는 기수역에도 잘 적응하는 강인한 식물이라, 움직이는 섬 현상은 일시적" 이라면 "다만 염분에 약한 수양버들이나 버드나무 같은 경우는 결국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낙동강 하구가 기수역 생태계로 차츰 복원되면서 현재 습지 생태계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현재 이곳 습지에는 수달, 삵과 같은 멸종위기종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곳이 해수의 영향을 받게 되면 이들도 이동할 것"이라며 "구포 위쪽으로 밀양 삼랑진 등에서 삵과 수달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사건결말>

움직이는 섬의 정체는 강바닥에 뿌리내리지 못한 어린 갈대였다. 이런 현상이 좋다, 나쁘다고 단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며 해수 유입 차단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전환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60~70년대 과거의 낙동강 생태계로 복원된다고 정리할 수도 있다. 다만 생태계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정착된 생태계가 다시 또 변화하는 데는 그 곱절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해수 유입으로 인한 지하수의 염분 변화, 농작물의 피해 등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철저히 대비해 기수 생태계가 온전히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제작=남형욱 기자, 정윤혁 PD, 이지민 에디터, 한승규 대학생인턴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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