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방 유라시아 시민전문가 양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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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유라시아 교육원 원장·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북방 유라시아 시대’ 다시 열려
부산시도 중앙아시아 진출 모색
‘북방 유라시아 시민대학’ 설립 필요
지금부터 전후 복구 등 준비해야

부산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대장정 단원들이 9월 1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국제관계세계언어대에서 이 대학 동양학과 한국어전공 학생들과 교류 행사를 갖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대장정 단원들이 9월 1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국제관계세계언어대에서 이 대학 동양학과 한국어전공 학생들과 교류 행사를 갖고 있다. 부산일보DB

바야흐로 ‘북방 유라시아 시대’가 다시 열렸다. 대공산권 적대 정책을 바꾸겠다며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 북한개방까지를 염두에 두고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 경제정책에 이어 네 번째로 다가온 북방 시대다.

그러나 ‘북방 유라시아 시대’가 다시 다가온 것은 이전과 다르게 우리 내부적 요청이라기보다는 전쟁 등 외부적 요인 탓이 크다. 무엇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적으로 안보, 에너지, 식량 위기가 초래되어 그 영향이 크고, 날로 심각해지는 북방권의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도 북방 유라시아에 세계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북방 유라시아에 대한 관심을 점차 높이고 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를 북방 유라시아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잘 치러야 하고, 부산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유럽연합(EU),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에서 다양하게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 탓에 부산시도 지난 9월 말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와 현지에서 ‘우호 도시 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사실 부산은 항구도시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세계 23개국의 26개 항구도시하고만 자매결연을 해 왔고, 내륙 국가의 내륙도시하고는 이번 알마티 협정이 처음이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부산경제진흥원에서도 중앙아시아 경제사절단을 중앙아시아에 파견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보낸다고 한다. 지난 6월에는 부산국제교류재단 주최의 ‘2022 유라시아 도시포럼’이 부산에서 열렸다.

북방 유라시아가 이렇게 뜨는 까닭은 부산의 핵심 산업인 관광산업 육성과도 관련이 깊다. 부산시는 앞으로 2024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입하여 부산만의 관광상품과 콘텐츠 개발, 부산형 모빌리티 구축 등에 나선다고 한다. 그런데 외교부 산하의 아세안문화원이 맡고 있는 아세안 10개국과의 협력만으로는 국제 관광도시 부산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 (사)유라시아 교육원 같은 민간 차원의 북방 플랫폼을 잘 활용하여 남방과 북방 모두에 걸쳐 친부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부산이 살아갈 새로운 국제적 활로가 열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시민과 청년 대상의 가칭 ‘북방 유라시아 시민대학’을 시 차원에서 새롭게 별도로 운영하자고 제안한다. ‘부산인재 평생교육 진흥원’ 같은 곳에 맡겨 버릴 게 아니라, 시가 책임지고 해외 지역학 전문교육기관을 공모하고 심사를 공정하고 철저하게 하여 시니어 은퇴자, 청년 재교육 희망자, 주부 가운데 유라시아 근무 경험자와 교육 희망자를 뽑자. 그래서 유라시아 대륙의 주요 언어와 지역학을 연간 100시간이라도 집중적으로 가르치자. 단발성의 특강만으론 해외지역 전문성을 갖출 수 없으며, 연계형의 주요 교과목 5개를 각각 20시간씩이라도 교육하여 새롭게 뜨고 있는 유라시아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자.

곧 영어 상용화 정책이 부산시 주도로 대대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부산은 일상에서 영어를 중국어와 말레이어 등과 이미 섞어 사용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다르다. 막대한 영어 교육비를 쏟아붓는다 한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그런데 북방대륙은 우리와 초원 스키타이 시대부터 서로 살을 늘 맞대고 살아왔으며, 우리 한반도는 지금 이 순간도 경제, 문화, 정치, 과학기술 등에서 대륙과 한 몸으로 호흡하고 있다.

이 ‘시민대학’에서 체계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시민들은 향후 관광해설사, 법정통역사, 국제 공인중개사, 의료 코디네이터 등에서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전문성을 갖춘 자원봉사자로서 컨벤션 행사 등에서도 빛을 낼 것이다. 청년들의 해외 취업에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개발 현장과 신규 블루 시장에 한국기업들이 다시 몰려들어 갈 것이고, ‘시민대학’에서 자기 전공과 별도로 새로운 취업역량을 갖춘 청년들은 그 무대를 잘 활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젠가 끝나면 미국, 이스라엘, 유럽연합 등과 더불어 한국기업도 전후 복구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유라시아 교육원도 서울의 유관기관들과 같이 그 준비를 하고 있다. 시민전문가를 미리미리 양성하여 다시 다가온 북방 유라시아 시대에 선제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잘 대비하자고 호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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