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타격 미사일 ‘우크라 오발탄’ 무게
미사일 2발로 주민 2명 사망
초기엔 러시아서 발사 오인
한때 나토-러 충돌 위기 고조
우크라 낙탄 가능성 일단락에도
확전 가능성 상존 우려 그대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에 미사일 두 발이 갑작스럽게 떨어져 2명이 숨지는 일이 빚어졌다. 발사 주체와 의도를 두고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오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언제든 대대적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세계 각국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폴란드 라디오방송 ZET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께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 두 발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인 프르제워도우 마을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나토, 유럽연합(EU) 회원국 본토에 미사일이 떨어지자 초기에는 나토와 대립하는 러시아의 공격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근 군사적 요충지 헤르손까지 우크라이나가 탈환하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이 사실상 ‘러시아 성토장’으로 바뀌자 도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날 러시아는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에너지 기반시설에 개전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단행해 700만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초기 조사 결과 해당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 미사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쓰는 지대공 미사일 ‘S-300’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요국 정상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발 대공 미사일이라는 징후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인지 묻는 취재진에게 “탄도 궤적을 보면 러시아에서 발사됐을 것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의 낙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 서방과 러시아 간 확전 우려 사태는 일단락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 회원국 본토에 미사일이 떨어진 첫 사례로 국제사회의 긴장을 극도로 치닫게 했다.
한때는 러시아제 미사일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으면서 나토가 헌장 5조 집단안보 관련 조항을 발동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도 러시아 측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경우 5조 조항을 발동해 나토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할 것이라며 경고해왔다. 오발과 오판 사태로 언제든 서방과 러시아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가디언은 “소련과 미국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고 냉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건 양국 간 우발적 공격이나 오판으로 전쟁이 벌어질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사례가 일단락된다고 해서 계산착오로 인한 나토-러시아 충돌 위험이 현실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폴란드 국경을 목표로 한 러시아의 공격은 시행되지 않았다며 줄곧 미사일 발사를 부인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를 인용해 “폴란드 사건은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유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의 오발이 확인될 경우 우크라이나도 전쟁 중단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