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항운노조·중도매인 책임 공방…초유의 경매 3시간 지연
지난 26일 어시장 경매 지연
어획물 중량 관련 이견 마찰
어시장 중재 실패 책임론도
중도매인들과 부산항운노조(이하 항운노조)가 어획물 중량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 경매가 3시간가량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중도매인들과 항운노조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어시장이 제대로 양축의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부산공동어시장 등 업계에 따르면 이날 어시장 경매가 당초 오전 6시에서 오전 9시까지 미뤄졌다. 어획물 중량을 두고 중도매인과 어획물을 종이상자에 옮겨담는 인력을 공급하는 항운노조 간 이견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중도매인 측은 항운노조가 통상적으로 해왔던 중량 작업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항운노조 측은 중도매인이 한 상장의 기준 중량을 넘어서는 작업을 요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획물은 생물이다 보니 크기가 조금씩 달라서 중량 한상자 기준 1~2kg 정도 모자라거나 넘치는 상황은 항상 있어왔다. 중도매인 측은 정확한 중량을 담기 어려운 어획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일정 중량을 요구하는 항운노조에 책임을 돌린다. 중도매인 측은 "기존 10~12kg이 한 상자 기준 중량인데, 어획물 특성상 정확한 무게를 달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기준 중량에서 1~2kg 초과해 작업을 해왔다"며 "이번 경매에서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작업을 거부했다"며 경매 중단의 책임을 항운노조에 돌렸다.
하지만 항운노조는 노임 자체가 중량 기준으로 측정되는데, 이날 중도매인들이 13kg까지 작업하지 않으면 경매를 하지 않겠다고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원래 10kg 기준으로 작업하던 것을 항운노조 측이 양해해서 1~2kg까지는 작업을 더 해줬는데, 이날 13kg까지 더 해달라고 하는 중도매인들의 요구가 있었다"며 "이는 노임을 10% 넘게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고기를 크기별로 분류해서 경매를 위한 어상자에 담는 일, 경매 후 고기를 종이 박스에 중량별로 옮겨담는 일 등 어시장 내 모든 작업에 대한 인력은 부산항운노조 어류지부가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작업의 성격에 따라 항운노조는 각각의 이해관계자들과 협상을 통해 노임을 결정한다. 가령 고기를 배에서 내려 크기별로 분류하는 작업은 선사와, 경매 후 고기를 포장하는 인력에 대한 노임은 이미 어획물을 구매한 중도매인과 항운노조가 하는 식이다. 항운노조 측은 매년 10월 중도매인들과 협상을 통해 인력의 노임을 정한다.
선사에게 빠른 위판 시스템을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는 어시장 측이 이들을 중재하는 데 실패했다는 책임론도 인다. 어시장은 선사가 선도 높은 고기를 잡아오면 빠르게 고기를 분류하고 경매를 진행해 높은 어가를 보장해야할 의무가 있다. 고기를 분류하고 상자에 옮겨담은 인력을 공급하는 항운노조, 경매에서 고기를 구매하는 중도매인 등을 중재하고 협상하는 것은 어시장의 책무다. 하지만 현장에서 중량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선도가 생명인 고기 경매를 3시간가량 지연시키면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어시장이 이 문제를 선사-항운노조, 중도매인-항운노조 간의 개인적인 협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빠른 경매 시스템을 제공해야할 책임이 있는 어시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현장에서 중재를 시도했다"며 "경매를 지연시킨 책임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