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BNK 회장 선임, ‘부산경제 회생’에 방점 찍어야
또다시 드리운 ‘관치 인사’ 그림자
‘모피아 낙하산’ 지역경제 도움 안 돼
금융권 전체에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린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데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모아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한다. 금융 정책이라는 무기에다 감시 권한까지 가진 금융 당국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인사 개입으로 여겨질 법하다. 벌써 공공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몇몇 곳에서는 낙하산 인사로 인한 잡음이 없지 않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BNK 금융그룹 차기 회장 선출이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 후보군 추천을 앞두고 기획재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대거 거론되는 등 말들이 무성하다. 덩달아 지역 여론도 경색되고 있다.
우려스럽게도,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면면이 현 정부와 대통령실에 중용된 기재부 라인에 집중돼 있고, 심지어 옛 재정경제부의 퇴직 관료들까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금융 집행력의 중요성만 내세우며 자신이 BNK 최고경영자로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 혁신과 함께 글로벌 무한 경쟁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시대다. 무엇보다 이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정부 실세와 정치권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고 과열 경쟁까지 벌이는 모습은 지역 현실도, 지역 여론도 한참 모르는 행태다.
우리는 일찍이 ‘관치 인사’의 폐해를 숱하게 경험한 바 있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민간 금융사 대표가 인사권을 통해 주요 보직을 자신의 라인으로 심고 이전 대표의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하는 등 ‘금융’을 ‘정치’로 변질시킨 게 대표적이다. 철마다 되풀이되는 인사 악순환의 원인은 관치 인사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모피아’로 불리는 금융 관료 대부분은 완강한 수도권 중심주의 시각으로 지역보다는 중앙의 이익을 위해 복무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소외된 지역민은 독점적인 시중은행이나 제2·3금융권으로 내몰렸다. 지역을 잘 알고 지역경제의 핵심인 돈을 잘 돌게 하는 지역금융 수장이 필요한 이유다.
지역 금융사 대표는 지역 출신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역 인사가 반드시 경영을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 출신은 이 시대에는 무용한 가치가 되고 있다. 다만, 지역 최고 금융사인 BNK의 수장이라면 경영의 최고 가치에 지역경제를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산경제에 대한 애정, 활로를 뚫는 혜안, 그리고 집행 능력 모두를 필요로 한다. 적어도 낙하산 인사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역민들의 생각이다. 자본이 150조 원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BNK가 정부 입김이 작동하는 과거처럼 금융 수장을 내려받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지방소멸이 가속화하는 절박한 아픔의 시대다. 지금은 지역경제 회생에 역점을 두는 지역금융 수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