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 지방선거‘최악 성적표’… 양안관계 변화 주목
26일 선거서 국민당 13곳 이겨
與, 타이난시 등 5곳만 가져와
차이 총통 ‘반중국’ 호소 안 통해
타이베이 당선인은 장제스 증손
지난 26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승리하고,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창당 이래 가장 큰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민진당은 친미 행보를 보이면서 중국과 극한 대립을 이어갔는데, 민진당의 ‘반중 안보 카드’가 대만 유권자에게 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양안관계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되고 있다.
대만의 6개 직할시 등 21개 현·시의 단체장을 선출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은 타이난시와 가오슝시 등 5곳을 가져오는 데 그쳐 참패했다. 이는 1986년 민진당 창당 이래 대만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로 기록됐다. 차이 총통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반면 제1 야당인 국민당은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직할시 6곳 중 4곳에서 승리하는 등 13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국민당 소속 당선인 중에서도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된 장완안(44) 후보가 화제의 당선인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대만의 초대 총통 장제스의 증손이자 2대 총통 장징궈의 손자이기 때문이다. 장제스는 1945년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 패한 뒤 1949년 12월 대만으로 건너와 26년간 총통을 지냈다.
장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타이베이는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로 변했다.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40~50년 된 낡은 건물들을 재개발하는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노후 건물 안전 조치를 서두르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의 패배를 두고 이들이 내세운 ‘반중 정서’가 민생 이슈에 가려져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27일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방역과 동남아시아 취업 사기, 납치 사건에 대한 미흡한 대응, 8월 중국의 군사훈련 도중 미사일이 대만 영토를 가로지른 사실에 대한 은폐 등 다방면에서 다수의 중년 유권자가 분노했고, 심지어 전통적인 민진당 지지층인 젊은 층도 등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대만 담강대 대륙연구소 자오춘산 명예교수도 “코로나19 기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대만 해협 이슈에 대한 우려를 압도했다”면서 “젊은 층은 이제 ‘중국에 대한 저항이 대만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깨닫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중국의 대만을 겨냥한 군사 훈련과 차이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대만이 전쟁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향후 민진당의 정치적 방향은 중국의 행동과 필연적으로 연계될 것이며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그동안 선명한 ‘친미반중’ 노선을 걸으면서 중국과의 갈등을 불사했다. 차이 총통은 선거전 막판 타오위안 유세에서 “전 세계가 중국의 군사훈련과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에 진행되는 이번 대만 선거를 보고 있다”며 “투표를 통해 대만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 결심을 보여주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진당의 이번 선거 패배로 차이 총통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레임덕에 빠지는 것과 동시에 2024년 총통 선거에서도 야당인 국민당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만의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중국은 반색했다. 주펑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7일 “이번 결과는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대만 내 주류 민의가 반영됐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대만 동포들을 단결시켜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과 융합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양안 동포들의 복지를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이와 함께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밝은 미래를 함께 창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