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융계 수장, 연말연초 ‘잇단 물갈이’ 긴장감 고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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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그룹·HUG·예탁결제원
후임 회장·사장 선임 초미 관심
정권 ‘외풍’·‘관치 그림자’ 큰 우려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부산일보DB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부산일보DB

연말연초 부산 금융계 수장이 일부 교체되면서 지역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금융 리더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정권의 ‘외풍’ 우려가 연일 고조되면서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을 대표하는 금융사인 BNK금융그룹은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자신의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의 채권을 대량 인수하고 있다는 ‘몰아주기’ 의혹 등이 제기된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를 5개월여 앞두고 조기 사임했다.


이에 BNK금융그룹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임 사장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내부 진통은 극심하다. 지역 대표 금고로 부울경에 대한 금융 정책 등의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관치 금융’ 우려가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임추위를 꾸리고 후임 사장 선출을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임기가 1년 6개월가량 남은 권형택 사장이 지난달 초 돌연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다.

공모와 심사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1월께 신임 사장이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HUG에서도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도시기금을 운영하고 각종 주택정책사업과 보증업무를 수행하는 HUG 업무 특성상 금융계 출신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윤석열 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09년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첫 주자로 부산으로 이전했던 한국예탁결제원도 내년 1월 말 이명호 사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부산의 굵직한 금융기업과 공공기관의 사령탑이 바뀌면서 지역 금융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BNK금융지주는 물론 해당 기관들의 신임 사장을 대상으로 한 ‘관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권력의 힘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새 정부 첫해라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벌써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거나 지지선언을 했던 인물이 포함됐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온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대한민국 제 2도시라는 부산의 명망에 비해 각종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역 경제는 참혹한 상황”이라며 “이처럼 지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부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이 정치권이나 정부의 결정으로 내정될 경우 해당 기관의 내부 반발은 물론, 지역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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