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경우의 수 묘미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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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골치 아픈 경우의 수(number of cases)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1무 1패의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3일 열리는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무조건 꺾고 우루과이와 가나 경기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 역사를 시작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경우의 수를 따져 보지 않은 때는 일찌감치 2패를 기록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유일했다. 운명의 장난인 경우의 수는 지긋지긋하지만 어찌 보면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는 묘미이기도 하다.

경우의 수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가짓수다. 동전 던지기에서 경우의 수는 2이고, 가위바위보는 3이다. 2명이 가위바위보를 한다면 3×3 해서 9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1~45의 자연수 중에서 6개를 찍는 로또 당첨 번호 경우의 수는 814만 5060이다. 1게임을 했을 때 1등 당첨 확률이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뜻이다. 로또 복권 1게임의 가격이 1000원이니 81억 4506만 원어치 경우의 수를 모두 사면 무조건 1등 당첨된다는 이야기다. 로또 1인당 1회 판매 한도는 10만 원이고, 요즘 로또 1등 당첨금을 고려할 때 81억 원어치를 다 사서 1등에 당첨되어도 손해라는 게 함정이다.

사주팔자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난 사주에 따라 이미 그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고 한다. 사주의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간지의 수는 60가지, 1년은 12달, 하루는 자시에서 해시까지 12시간으로 나눈다. 따라서 사주 경우의 수는 60×12×60×12 해서 51만 8400이다. 우리나라 총인구 5174만 명을 경우의 수 51만 8400으로 나누면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 약 100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사람이 100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다.

로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당첨 확률이 낮지만 거의 매번 당첨자가 나온다. 우리나라에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 100명이나 있지만 운명은 모두가 다르다. 사람들이 경우의 수와 확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확률은 미래의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한국이 무조건 포르투갈을 잡고 경우의 수에서 운도 따라 16강 진출에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요즘 국민들의 유일한 즐거움인 한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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