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생리식염수 소금농도가 0.9%인 이유는?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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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최낙언

소금은 인류 생존의 핵심 미네랄
맛과 가치를 과학적으로 분석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 표지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 표지

우리나라는 채소를 많이 먹는 오랜 식습관으로 국물요리가 발전해 왔다. 국물요리는 다양하지만 소금의 농도는 1% 이하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름에는 일시적으로 1%를 넘기는 경우는 있지만, 보통 마시는 수준의 양이 많은 국물은 항상 1% 이하가 대부분이다. 소금농도가 0.9%가 넘으면 삼투압으로 물이 오히려 몸에서 빠져나가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생리식염수는 인간의 체액을 0.9% NaCl(염화나트륨) 용액으로 가정하여 제조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 혈관 내에 직접 주사해도 삼투압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쇼크 등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생리식염수나 국물의 소금농도가 0.9%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은 인류 생존의 핵심적인 미네랄인 소금의 맛과 가치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인류 최초의 식품첨가물인 소금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이유, 소금이 생존에 필수적인 이유,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종류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적당량의 소금은 음식의 모든 풍미를 끌어올리는 핵심적인 성분이다. 다른 어떤 식재료로는 도저히 대체 불가능한, 맛있는 맛이다. 세상에는 음식의 맛을 좋게 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수천 가지의 향신료와 조미료가 있지만, 그중에서 유일하게 음식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조미료는 소금 한 가지뿐이다. 소금은 인류 생존의 핵심적인 미네랄이자,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유일한 미네랄이다. 온갖 비타민이나 다른 미네랄이 풍부한 식재료가 있지만, 염화나트륨이 풍부한 식재료는 소금 이외에는 없다. 소금이 ‘생존의 물질’인 이유다.

가장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소금은 암염(Rock salt)이다. 암염은 바다였던 지역이 융기돼 천천히 마르면서 염화나트륨이 돌과 같이 단단하게 결정화되면서 만들어진다. 이런 암염이 있는 지역은 축복을 받은 지역이다. 우리나라에는 암염이 없어서 자염(煮鹽)을 만들어 먹어야 했다. 자염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담아 끓여서 만든 소금이다.

천일염은 넓은 염전을 만들고 거기에서 바닷물을 그대로 증발시켜 만든 것이다. 암염이나 정제염에 비해 염화나트륨 말고도 바닷물에 녹아 있는 칼륨,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포함되고 수분도 많아 염화나트륨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제염은 이온교화수지라는 여과장치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만 농축해 제조한 것이다.

저자는 천일염과 정제염 논란은 소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무시하는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말한다. 정제염은 화학소금이어서 나쁜 소금이고,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해 좋은 소금이라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으로 황당한 이해라고 한다. 정제염은 염도가 98% 이상이고 천일염은 염도가 80~90% 정도이다. 천일염은 염도가 낮으니 정제염과 똑같은 양을 쓰면 나트륨을 10~20%센트 적게 먹을 수 있겠지만, 동일한 짠맛을 내기 위해 양을 늘리면 어차피 먹는 나트륨의 양은 동일하다. 천일염의 10~20%가 특별한 미네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그 양의 대부분은 물이라는 것이다. 바닷물의 대부분은 염소(Cl)와 나트륨(Na)이고 황산(SO4)과 마그네슘(Mg)이 그다음으로 많다. 황산은 미네랄도 아니고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도 아니다. 황산 다음으로 많은 것이 마그네슘인데 맛이 너무 쓰다. 천일염을 3년 동안 묵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마그네슘을 빼기 위함이란다. ‘좋은 소금은 사용하는 용도에 맞고 깨끗한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최낙언 지음/헬스레터/275쪽/3만 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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