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시·6월 파업 때보다 낮은 부산항 장치율, 왜?
물동량 감소·비노조원 복귀 움직임 영향
화물연대 파업이 8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올 6월 파업에 비해 부산항의 항만 기능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비노조원의 업무복귀 움직임을 원인으로 꼽는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8일째를 맞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부산항의 장치율(컨테이너가 부두에 적재된 비율)은 66.9%로, 올해 6월 파업 8일째였던 6월 14일의 장치율(79.4%)에 비해 낮다. 장치율이 낮다는 건 부두에 적재된 컨테이너 수가 적다는 뜻으로, 항만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 부산항 장치율은 평시 장치율인 6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반면 6월 14일 장치율은 당시 평시 장치율인 70%보다 약 10%포인트(P) 높아 항만 기능이 마비될 조짐을 보였다. 6월 화물연대 파업은 6월 7일 시작돼 8일 만인 그달 14일 정부 중재안이 나오면서 철회됐다.
업계에서는 6월 파업에 비해 이번 파업 기간 부산항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물량 자체가 없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는 두 파업 첫 날의 장치율을 비교해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6월 파업 첫날 장치율이 73.7%(오전 10시 기준)에서 시작한 반면, 이번 파업은 첫날 67.3%에서 출발했다. 즉, 6월에는 물동량이 많아 부두에 컨테이너가 많이 쌓인 채로 파업에 돌입했지만, 두 번째 파업은 물량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에 들어가 비교적 부두 내 여유공간이 있는 셈이다.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평소와 다르게 올해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연말 성수기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세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물건 구매에 집중되던 소비가 최근 다시 서비스 이용으로 전환되면서 부산항에 물건 자체가 많이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컨테이너 항목에 대해서는 일단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안을 제시하면서 비노조원들이 하나둘 업무에 복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화물연대 노조원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낀 비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며 "특히 컨테이너는 안전운임제 연장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인 답을 받았기 때문에 굳이 파업에 나설 이유를 못 느끼는 기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느린 속도라도 서서히 장치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의 장기화는 부산항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한 선사 관계자는 "배차가 안 되면 결국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을 지나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부산항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컨테이너 보관일수 초과로 발생하는 비용 등 부두 배후 경제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