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공연의 미래와 예술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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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올 10월 블랙핑크의 북미 첫 공연 모습. 부산일보DB 올 10월 블랙핑크의 북미 첫 공연 모습. 부산일보DB

카네기홀에서 연주한 우리나라 최초의 교향악단은 부산시향이다. 벌써 25년 전이다. 이즈음에는 세계적인 공연장에 서는 일이 비교적 흔하지만, 카네기홀에서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자랑거리이자 한국 클래식의 수준을 인정받는 일이었다. 공연장의 위상만으로 공연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던 때였다. 상주단체나 프로그램에 집중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즈음에는 공연장의 외관이 단연 화젯거리다.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나 폐공간을 리모델링하여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로 우뚝 선 엘브 필하모니는 세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공연예술은 생산성이 낮다. 시공간의 제한에다 일회적이어서 재현이 불가능하다. 다른 장르와 달리 출연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정도도 절대적이다. 기술 발전에 기대어 영상화와 온라인 콘텐츠화로 나아간 것은 생존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베를린필의 디지털 콘서트홀, 메트오페라의 라이브 in HD, 영국국립극장의 NT 라이브가 이 시대 공연예술의 존재방식을 새롭게 직조했다. 초기에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물리적 제한을 넘어 세계 최고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기는 이가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 공연의 진화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금지되자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 메타버스로 이동했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BTS, 트레비 스캇,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에 인종과 국가, 세대를 초월해 수많은 관람객이 접속했다. 단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인게임(in-game) 콘서트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배틀 그라운드에서 심지어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메타버스에 탑승한 공연은 끝 간 데 없이 진군하며 공연장의 존재나 공연방식의 변화에서 나아가 예술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가상공간에까지 나아간 공연의 혁명적인 변화는 분명 낯설다. 20세기 초 기술복제가 예술사회에 던진 충격에 견줄 수 있을까. 기술복제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을 대중화하고 사진과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다. 발터 벤야민은 예술의 아우라 개념에 결별을 고하며 예술의 본질적 변화를 명민하게 간파했다. 오늘날 우리는 가상공간의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 예술의 개념과 존재방식을 새롭게 성찰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플라톤은 예술을 이데아의 복제품이라 폄하하여 시인추방론을 내세웠으나, 질 들뢰즈는 원본에 얽매이지 않는 시뮬라크르의 독립성과 역동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가. 예술은 본질적으로 가상일지도 모른다. 바흐가 신의 세계로 가없이 이끌고, 슈만이 환상과 낭만으로 흠뻑 물들이듯이 말이다. 저마다의 가슴에 가닿는 시뮬라크르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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