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부산과 후쿠오카, 지역에서의 빅뱅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모바일전략국장

부산일보 자매지 서일본신문
기자 교환 제도 올해 20주년
민간 영역 전례 없는 교류 성과
보도로 지역 간 협력 가교 역할

북항·텐진 빅뱅 중심에 지역지
밝은 미래 이끄는 추동력 다짐

하카타(일본 후쿠오카의 별칭)는 언제나처럼 밝았다. 지난 10월 후쿠오카에 발을 내디뎠을 때 새삼 느꼈다. 하카타가 한국어 ‘밝았다’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긴 한데, 진위를 차치하고 ‘하카타’의 울림에는 왠지 모를 밝은 기운이 있다.

이번이 첫 방문인 동행자는 서울~부산보다 부산~후쿠오카 하늘길이 더 가깝다고 신기해했다. 비자 면제가 시행되자마자 찾은 하카타, 정말 가깝고도 멀다는 걸 실감했다.


행선지는 부산일보의 자매지 서일본신문사. 지난 2002년 기자 교류가 시작될 때 1호로 서일본신문사에 파견되어 특파원으로 취재 활동을 벌였으니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그해는 2002 한·일 공동 주최 월드컵으로 양 국민 사이 호감도가 상승했을 때다. 후쿠오카 주재 한국 총영사관 마당에 구름같이 몰려든 후쿠오카 시민들이 월드컵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취재한 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서로 비호감 1위 국가 아니었던가!

‘오메데토우(축하합니다)!’ ‘간코쿠 간바레(한국 힘내라)!’

한국이 세계 강호를 격파할 때마다 함께 기뻐하던 후쿠오카 시민들의 얼굴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서일본신문사 본사가 있는 교통과 쇼핑의 중심지 텐진에 들어서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관광 명소 이무즈 건물이 해체되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 있는가 하면 단골 서점 준쿠도가 있던 자리는 공사장 차단 벽이 마천루를 이루고 있다. 서일본신문사 주변 도심의 대개조! 이른바 ‘텐진 빅뱅’ 프로젝트의 규모는 거대했다. 상전벽해란 바로 이런 광경을 두고 나온 말일 것이다.

외형만 바뀐 게 아니다.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관광지 캐널시티 안에 BTS 등 K-컬처 굿즈만을 다루는 대형 매장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일본 브랜드가 즐비해서 한국 관광객 방문 필수 코스였던 곳이다.

후쿠오카의 매력을 요약하면 아시아를 향해 열린 개방성, 살기 좋은 쾌적함이다. 코로나로 발길이 끊긴 사이 진행된 텐진 빅뱅이 그려 낼 미래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대한해협 건너 자매 도시 부산도 대역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 동구의 부산일보 본사 지척인 북항 주변 옛 부두와 철도 시설 자리에 오페라하우스와 공원 등의 친수문화 공간과 미래지향적인 업무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텐진에 비견되는 ‘북항 빅뱅’으로 부를 수 있겠다.

서일본신문사는 부산일보 사옥에 중앙대로를 넘어 북항을 조망하는 CCTV를 설치해 영상을 송출 중이다. 북항 대개조 현장이 서일본신문 웹 사이트에서 생중계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왕래가 끊기자 부산의 소식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영상으로나마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후쿠오카 시민들의 부산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는 의미다.

부산일보 사옥은 수년 뒤 ‘북항 빅뱅’의 심장부, 오페라하우스 인근으로 이전하여 지역 정론지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간다.

이처럼 자매 도시 부산과 후쿠오카는 미래를 향한 활력으로 약동한다. 그 중심에 두 지역 신문이 있다.

두 신문은 지난 2006년 두 도시의 협력과 상생을 도모하는 부산-후쿠오카 포럼의 결성에 앞장섰다. 한·일 관계 악화 등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각계 민간 대표가 참여하는 포럼은 꾸준한 만남을 이어 갔고 교육, 기업 협력 등의 성과를 냈다. 코로나 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11월 포럼이 재개됐다.

올해로 부산일보와 서일본신문은 기자 상호 파견 교류 2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 언론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례이고, 민간 교류에서도 드문 경우다. 과거사로 인한 곡절과 코로나 유행병 와중에서도 기자들이 상호 파견되어 상대편 편집국에서 취재 활동을 이어 갔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이대호 선수 은퇴 경기를 취재한 서일본신문 기사가 일본 포털 야후재팬에 실시간 배포되어 큰 인기를 얻을 정도로 서로 가깝다. 두 신문은 지역민의 시선에 맞춘 보도로 두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에 충실했다.

지난달 퀸비틀호가 부산항~하카타항에 취항해서 끊겼던 뱃길까지 열렸다. 부산에 오고 싶어도 교통편이 끊겨 애태웠던 일본 관광객들도 다시 부산을 찾을 것이다. 코로나 단절 이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북항 재개발지의 위용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도시 빅뱅의 중심에 지역 신문의 역할이 있다. 두 도시의 빅뱅이 양국의 밝은 미래를 추동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국경을 넘은 두 신문의 노력은 중단 없이 이어질 것이고 양 도시의 발전과 우정을 굳건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