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회장 선임 때마다 입 댄 ‘아전인수’ 정치권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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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비난한 지역 정치권
내부 인사 선출엔 “폐쇄적” 공격
낙하산 절차 진행에도 침묵 일관
정권 입맛 따라 입장 손 뒤집듯
갈지자 행보에 금융관료만 이익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 정치권의 ‘표변’이 다시 비판받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BNK 부산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 정치권의 ‘표변’이 다시 비판받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BNK 부산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 때마다 정치권의 입장이 정권 입맛에 맞춰 수시로 뒤집어진 것으로 확인돼 비난이 일고 있다. 과거 ‘관치금융’을 비난하던 지역 정치권이 이번 BNK 회장 선임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 여권은 2017년 외부 인사인 김지완 전 BNK 회장이 후보로 지원하자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당이 되고 이번에 BNK 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되자 ‘내부인사’ 중심의 회장 선임 구조에 대해 ‘폐쇄적’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정치권의 ‘오락가락’ 행태를 놓고 관치금융의 주인공인 ‘모피아’의 힘만 키워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 구조에 대한 공격은 이번에도 정치권에서 시작됐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계열사 대표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BNK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폐쇄적 지배구조”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반 시중은행·지주사의 임원 선출 절차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동조했다. 금융당국의 ‘지침’ 압박이 본격화됐고 BNK는 회장 선임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현 여권은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외부인사’ 지원을 비판한 바 있다. 2017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도읍 의원은 “전례 없이 외부인사가 CEO 공모에 응했다”면서 “관치금융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헌승 의원도 ‘외부 금융 전문가를 BNK금융그룹 회장으로 모셔 와야 한다’는 내용의 ‘BNK 순혈주의 문제점과 향후 지배구조 방향’ 문건을 언급하며 정부를 비난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나 문재인 정부가 막후에서 회장 선출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업무방해죄”라고 비난했다.

BNK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을 둘러싼 정치권의 비판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BS 금융지주 이장호 회장 사퇴 논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정부의 개입’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당시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부가 BS금융지주 관련 (보유) 주식이 있느냐”면서 “단 한 주의 주식도 없는 은행의 지주회사나 은행장에 대해서 인사권을 휘둘렀다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당시엔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회의원이던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BS 회장 사퇴 건은 정부가 민간은행에 대해서 인사에 손을 댔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잘못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그러니까 관치금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BNK 회장 선임과 관련된 정치권의 발언은 정권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한 때 ‘외풍 차단’을 강조했던 부산·경남(PK) 정치권도 이번에는 ‘관치금융’ 논란에 침묵하고 있다. 여권은 오히려 BNK 회장 선임과 관련, ‘폐쇄적 구조’를 비판하며 외부인사 진입을 위한 길을 텄다.

결국 정치권에선 정권을 쥔 정당이 ‘낙하산’을 위해 ‘폐쇄성’을 비판하고 야당은 ‘독립성’을 내세우며 정권 비판에만 집중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오락가락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 대해선 ‘모피아’로 불리는 금융 관료의 영향력만 키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BNK 회장 선임과 관련해선 관료 출신 모피아가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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