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중독 문화, ‘헤어질 결심’으로 끊어낼 수 없다면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도우리
솔직히 인정하자. 우리는 중독자다. 집에 오면 배달 음식에 자꾸 손이 간다. 회사에서도 중고 마켓 알림 소리가 울린다.
사주를 종교처럼 맹신하고, 하루를 버티려고 커피를 빨아들인다. 술과 담배와 마약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엔 중독이 스며들었다. 저마다 종목이 다를 뿐이다.
작가는 중독 문화가 ‘자기 위로’인 동시에 ‘자해’라고 본다. 문득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어도 ‘현생(현실 인생)’에서 그만큼 소소한 힘이 되는 것도 찾기 어렵다. 좋기만 한 건 아닌데 완전 나쁘지도 않은 듯하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프로 중독러’ 작가가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 문화에 대해 써 내려간 책이다. ‘갓생’ ‘배민맛’ ‘방 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까지 9개 트렌드를 설명한다.
인스타그램 ‘좋아요’로 중독 문화 분석을 시작한 작가가 주변과 자신을 관찰한 뒤 추가한 주제들이다. 이 시대 한국 사회를 반영한 트렌드를 분석하는 동시에 문제적 사회 현상을 비판하며 정치적 관점으로도 사안을 보려 한다.
솔직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더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중독 문화를 다양하게 소개하니 ‘나도 그렇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도 많다.
아마 작가는 중독 문화를 낯설게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하다. ‘헤어질 결심’을 해도 중독을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부대끼고 직면해보는 건 어떨까. 이미 내 삶의 일부가 된 중독이 어떤 스타일인지 제대로 파악하면 더 나은 하루가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도우리 지음/한겨레출판/232쪽/1만 5000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