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첫 학생 건강 검사 '확찐자' 늘었다
학생 건강지수 대부분 후퇴
고질적인 수면 부족 '여전'
10명 중 3명 과체중·비만
개인위생 수준은 높아져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학생 건강검사를 진행한 결과 학생들의 건강지수 대부분이 후퇴했으며, 학생들의 고질적인 수면 부족 역시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은 코로나 이후 학생 건강 상태가 악화한 만큼 ‘맞춤형 돌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질적인 수면 부족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1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세부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수면 부족은 이번 조사에서도 개선되지 못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 건강검사를 진행한 뒤 2년 만에 건강검사 표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2명 중 1명은 하루 6시간도 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3 학생 50.5%는 하루에 6시간도 자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학교 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때는 10% 미만인 6시간 미만 수면 부족 응답 비율은 중학교 1학년에서 9.5%로 확대된 뒤 2학년이 되면 16.1%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3학년이 되면 22.9%로 뛰었다. 교육부가 학생 건강검사를 시행한 2009년 이후 13년간 6시간 이내 수면율은 초등학교의 경우 한 자릿수, 중학교는 10% 안팎을 기록하다가 고등학교가 되면 40%대까지 치솟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 아동·청소년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이행연구-한국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87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생 52.4%는 현재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고3의 6시간 이내 수면율이 가장 높은데, 이는 입시에 따른 학업 부담이 가중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확찐자’ 학생들, 영양도 최악
학생들의 성장 수준 상태를 보면 코로나 여파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교육부의 2021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세부 결과에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 지표는 비만, 과체중 학생 비율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3명꼴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만 학생은 초·중·고를 통틀어 2019년(15.1%)보다 3.9%P(포인트) 증가한 19%로 집계됐다. 과체중 학생 비율은 11.8%로, 2019년(10.7%)에 비해 1.1%P 늘어난 수치다. 비만, 과체중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식습관을 살펴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주 1회 이상 패스푸드를 먹는다’고 대답한 학생 비율은 74.36%로, 2019년(68.59%)보다 5.77%P 증가했다. 중학교의 경우 78.21%에서 81.27%로 2.56%P 늘어났으며, 고등학교는 81.11%에서 82.77%로 1.66%P 높아졌다.
반면, ‘채소를 매일 먹는다’고 대답한 학생 비율은 초등학교의 경우 27.88%에서 26.58%, 중학교는 25.04%에서 24.87%, 고등학교의 경우 22.67%에서 21.68%로 감소했다. 학생들의 식습관이 악화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 및 게임 이용률’의 경우에는 모든 학교 단위에서 최대 1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 상태가 개선된 항목도 있다. 손 씻기 등 위생 부분이 대표적이다. ‘손 씻기 실천율’은 2019년과 비교해 확연히 증가했고, 구강질환 학생 비율은 다소 줄었다. 손 씻기는 초등학교 91.36%에서 95.87%로 4.51%P, 중학교는 76.77%에서 89.31%로 12.54%P, 고등학교는 77,25%에서 89.15% 11.90%P 늘었다. 충치 유병률은 전체적으로 4.77%P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위생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각 학교 단위 별로 10%P 이상 손 씻기 수치가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학생건강증진정책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 매년 조사가 진행된다. 이번 검사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 1023개 학교, 9만 82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맞춤형 건강 정책 마련
교육부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학생들의 신체활동은 감소한 반면, 고열량, 고지방 식품 섭취가 늘어나 과체중과 비만 학생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전반적인 학교 활동과 학교 차원에서 이뤄지던 학생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진행되지 못한 영향도 이같은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이번 지표를 토대로 학생 건강 증진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학생 비만 예방을 위해 교육과정과 연계한 식생활 교육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학생 맞춤형 영양 상담을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건강체력교실 운영 지원, 우수 비만 예방 관련 교육자료 발굴, 공유를 진행할 방침이다. 부산의 경우 ‘신박한 on 앱&웹’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학생, 학부모 스마트폰 속 어플을 연계해 건강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의 신체를 관리하고 학교 별로 주기적인 영양 캠프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학교 일선 현장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