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정상과 이상 사이
임의현 성 심리학자
성(sex)과 관련한 전공으로 박사공부를 해 보겠다며 대학원 진학을 했을 무렵부터 붙은 별명이 있는데 바로 ‘배운 변태’다. 그 별명이 싫지 않았다. 기분에 뭔가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고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일을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듣는 ‘변태’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성적 대화를 나눌 만큼의 친한 상대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걔, 변태야?” 또는 “어우~ 변태 같애”라는 말을 누군가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생각하는 변태는 뭘까 궁금해진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변태는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성적으로 정상이 아닌, 이상성욕을 보이는 대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변태를 이상성욕자로 생각하기도 한다. 여기서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상에 대한 기댓값, 또는 평균이나 정상의 범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상범위를 이탈한 행동을 이상행동, 즉 변태행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성(sex)의 문제는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다 내놓고 비교하거나 의논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실제 ‘이상’이 아님에도 이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늘 하던 것과는 다른 섹스를 상대가 시도한 경우, 놀라움·불쾌감·걱정 등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파트너를 다른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며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개인의 다른 ‘성 취향’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와 다른 취향을 알아가며 남녀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고 불타게 해 주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며 그럴 때 상대를 변태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취향이고 내가 그 취향에 대해 선호가 없다고 해서 섣불리 상대를 변태라고 할 순 없다.
섹스에 있어 정해진 규준은 없기 때문에 규준의 이탈정도를 고려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고통과 위험이 될 수 있겠다. 상대가 원하는 성적행동이 나의 신체에, 혹은 정신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나와 상대를 위험하게 만드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와는 다른 성적행동을 하고 싶다면 상대의 생각을 먼저 물어봐야 한다. 이런 질문을 할 때는 막연하지 않게 함께 구현하고 싶은 행위, 체위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상대와 그 정도를 합의하는 것이 좋다. 이때 상대의 안전, 불쾌함을 전혀 느끼지 않을 정서적 상태에 대한 의견 교환이 먼저다. 충분한 의견을 나누었더라도 처음 하는 행동에 기분이 좋아 과흥분 상태가 되면 자신들도 생각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으니 파트너와 안전신호 하나쯤 만들어 둬야 한다. 기대치를 넘는 과도한 움직임,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섹스에서 ‘멈춰!’를 의미하는 둘만의 암호같은 거 말이다. 남들의 이상이 우리의 정상일 수도, 우리의 이상이 남들의 정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