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을 좋아하나요?” 길을 묻는 예술가의 ‘노트’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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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박혜수

박혜수 작가가 부산일보, 부산시립미술관과 협업한 '늦은 배웅' 프로젝트. 코로나 사망자 유족의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부산일보> 부고가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박혜수 작가가 부산일보, 부산시립미술관과 협업한 '늦은 배웅' 프로젝트. 코로나 사망자 유족의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부산일보> 부고가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시각예술가가 쓴 ‘작품 해설서’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 제작 과정도 소개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묻고 싶은 것을 묻지 못하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

시각예술가 박혜수가 쓴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은 작가가 직접 쓴 작품 해설서이다. 보라색 책 표지에 새겨진 ‘당신은 당신을 좋아하나요?’는 저자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나다움’을 생각하고 ‘나의 자리’를 짐작하게 만드는 질문. 이것은 예술가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중요하다.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표지.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표지.

저자는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약 20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을 가졌다. 그는 꿈, 실연, 첫사랑, 나이 듦, 죽음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무의식을 탐험해 왔다. 실패한 꿈, 버린 꿈에 대한 사연을 모아 진행한 ‘꿈의 먼지’ 시리즈. 정신과 의사와 점술가, 예술가가 함께한 상담 퍼포먼스 ‘오래된 약국’. 헤어진 연인의 실연 물품과 사연을 모은 프로젝트 ‘실연 수집’. 과거와 현재, 잃은 것과 남은 것에 대한 질문은 속마음과 진심으로 관객과 독자를 이끈다.

네 번째 장인 ‘미래가 두려운 사람들’에는 10대와 80대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당신으로부터 편지가 왔어요’와 올해의 작가상 2019에서 선보인 작품 ‘후손들에게’가 소개된다. ‘후손들에게’는 고독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사회 문제를 ‘탐사’하는 예술가가 존재함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떠난 이를 어떻게 기억할까. 떠난 이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저자는 2021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의 작가이다.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의 사연을 모아 <부산일보>에 부고를 게재하고, 부산시립미술관에 애도의 공간을 마련한 ‘늦은 배웅’은 시대를 위로하는 예술의 존재 의미를 보여줬다. ‘시각예술가 박혜수 작가 노트’라는 부제답게 책은 작품 시작 계기, 제작 과정, 전시, 관람객 반응, 다른 작업에의 영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로나 사망자를 애도하는 의미를 담은 박혜수 작가의 작품 '오아시스 제단'. 오금아 기자 코로나 사망자를 애도하는 의미를 담은 박혜수 작가의 작품 '오아시스 제단'. 오금아 기자

남들이 묻지 않는 것, 묻지 못했던 것을 질문하는 예술가. 저자는 작품 속 질문에 답한 ‘당신들’의 모습에 자신을 비추었다고 했다. ‘나는 당신을 통해 보통은 묻지 않는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변’을 찾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할 말, 선택하지 말아야 할 일들, 그렇게 ‘아닌 것’들을 지우다 보면 길이 나타난다.’ 가야 할 길을 찾기 위해서는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관객은 관객대로 ‘돌직구’ 같은 질문을 더 많이 던져야 한다. 박혜수 지음/돌베개/368쪽/1만 8500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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