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시위’ 뜨금했던 中, ‘제로 코로나’ 폐기
당국 7일 방역 완화 10개 조치
전수 PCR검사·음성 증명 폐지
봉쇄는 고위험지역 제한적으로
민심 이반에 ‘위드 코로나’ 선회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해 중국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진 ‘백지시위’(부산일보 11월 30일 자 12면 등 보도)에 중국 당국이 결국 실질적인 ‘위드 코로나’로 선회했다. 상시적인 전수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폐지되고, 재택치료를 허용하면서도 다른 지역 여행 때 요구했던 PCR 음성 증명 의무는 사라진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역 완화 10개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20개 방역 지침을 내 놓은 지 4주 만에 이뤄진 것이면서 동시에 지난달 25~27일 백지시위가 일어나고 약 열흘 만에 나온 조치다.
국무원은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 주민 전수 PCR 검사를 중단하고 검사 범위와 빈도도 줄일 것”이라며 “고위험 직종 종사자에 대해서만 PCR 검사를 시행하고 일반인들은 필요한 경우에만 검사를 받는다”고 알렸다. 중국 당국은 감염자가 나온 도시 전체 또는 구 전체 주민들이 1~3일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PCR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해왔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국무원은 이와 함께 양로원과 복지원(장애인 등 사회보호시설), 의료기관, 초·중·고교 등을 제외하고는 시설 출입 때 PCR 음성 증명서 제출도 폐지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던 봉쇄 조치는 고위험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기로 하고, 학교에서도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등교수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무증상 감염자는 자가 격리를 통해 집에서 치료받게 하고, 해열제와 항바이러스제 약품의 온오프라인 구매도 해제했다.
그동안 중국의 방역당국은 감염자는 물론 밀접 접촉자도 예외 없이 격리 시설에 수용하고, 감염자가 단 1명 나와도 주변 일대를 통째로 봉쇄하는 전략을 구사해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급기야 지난달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9명이 다치거나 숨지자, 중국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불이 난 아파트는 봉쇄 지역에 있었는데, 봉쇄 탓에 불을 끄는 데 늦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화가 난 중국인들은 거리로 나와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특히 언론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에 항의해 A4용지를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수도인 베이징은 물론 제2 도시 상하이와 청두, 우한, 광저우, 홍콩 등 대도시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에 공안당국은 소셜미디어와 휴대전화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시위대를 체포하고, 폭력진압 보도도 잇따랐다.
하지만 시위 과정에서 “시진핑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등장하자 급격한 민심 이반을 체감한 중국 당국이 서둘러 방역 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막대한 PCR 검사 비용과 외국계 기업 이탈 등 경제상황 악화도 더 이상 코로나19 봉쇄 전략을 밀어붙일 수 없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번 방역 정책 완화가 발표되자 항공권과 여행 상품 검색이 급증하는 등 중국 내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