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원형탈모·건선은 안 낫는 병?…정밀 치료 가능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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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기간 긴 자가면역 피부질환
과잉 치료 땐 후유증이나 부작용 위험
백반증은 초기에 치료해야 효과 좋아
건선 면역조절제는 유형별 치료 중요

백반증 원형탈모증 건선 등 자가면역 피부 질환은 단기간에 치료되는 질환이 아닌 만큼 꾸준하고 체계적인 진료가 중요하다. 동아대병원 피부과 윤정호교수가 피부확대경을 통해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백반증 원형탈모증 건선 등 자가면역 피부 질환은 단기간에 치료되는 질환이 아닌 만큼 꾸준하고 체계적인 진료가 중요하다. 동아대병원 피부과 윤정호교수가 피부확대경을 통해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어차피 안 낫는 병 아닌가요?” 백반증, 원형탈모증, 건선은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고통이 느껴지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들이다. 치료 속도가 느린 것은 물론, 치료가 끝난 것처럼 보였는데 또 반복된다. 신체적인 고통에서 끝나지 않고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져 심각한 우울증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이 피부 질환들은 정말 ‘난치병’일까?


■자가면역 피부 질환은

자가면역 질환은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체계와 관련되는 생물질의 능력이 유전적 결함에 의해 자기 파괴적으로 작용해 인체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장기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홍반 루푸스, 경화증, 피부근염, 쇼그렌 건조증후근, 갑상샘염, 루포이드간염, 담즙성 간경변증, 악성빈혈, 혈소판감소성 자색반증 등 종류가 많다. 북미 지역에서는 주요 사망 원인 10위 내에 들 정도로 흔하다. 대부분의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은 피부와 모발, 피지선, 아포크린땀샘, 침샘 등에서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어서 수술이나 약제로도 완전히 낫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 따라서 삶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답답한 마음에 함부로 과잉 치료를 시도하다가 후유증과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원형탈모증과 백반증은 치료에 의해 병세 악화가 중지되거나 치료 개시 후에 모발 재성장과 색소 재침착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후의 치료 속도는 일정하지 않아 짧게는 3개월에서 1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건선은 편도후두염에서의 사슬균, 류머티즘 관절염 약제·심장질환 약제·항우울제·스테로이드, 가려워서 긁거나 손을 대는 행동 등의 악화 인자들에 의해 수시로 재발하거나 악화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불안감과 분노, 낙담, 절망감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동아대병원 피부과 윤정호 교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을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진료받으려는 자세와 통찰력 있는 진료로 후유증과 부작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포·복용·주사 등 최적의 약제를 선택해 적기에 투여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치료 중요한 백반증

탈색 증상을 보이는 백반증은 멜라닌세포의 파괴 정도가 발병 기간과 비례한다. 발병 후 1~5년 사이에 대대적으로 파괴된 후라면 멜라닌세포는 미미한 숫자만 남게 된다. 이 때문에 백반증이 발생한 후 단기간 내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자외선 치료를 하더라도 색소 재침착률이 훨씬 떨어지거나 비가역적 상태가 되기 쉽다. ‘단파장 자외선(313nm-UVB) 치료 요법’은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이미 잃은 멜라닌세포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다른 부위의 멜라닌세포를 포함한 표피조직이나 가공한 세포현탄액을 이식해 ‘멜라닌세포 저장소(pool)’를 늘려주는 외과적 치료를 함께 해야 할 경우도 많다.

백반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엑시머 레이저 요법이나 자외선 치료 요법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오히려 병세가 악화하기도 하고, 부신피질호르몬이나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먹으면 내과적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백반증 병세의 악화를 막는 목적에 충실해야 하며, 꾸준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완전 색소 재침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가 파괴된 후 살아남은 멜라닌세포도 1년 이상의 자외선 치료 동안 고갈돼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포성장인자 투여, 자가표피세포·표피·전층피부 이식 등으로 멜라닌세포 저장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보조 치료를 병용해 색소 재침착률을 높일 수 있다.


■원형탈모증과 건선 치료는

탈색 증상이 급속하게 악화해 비가역적 단계에 빠지는 백반증과 비교해 볼 때, 원형 탈모증은 불치 단계까지 진행하는 비율은 매우 드물다. 급성으로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도 최근의 치료법으로 모발 소실에서 회복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싸이클로스포린 저용량 경구 치료요법으로 50% 이상의 모발 재성장을 보이는 비율이 70%가량 되고, 요즘 사용되기 시작한 JAK 억제제(바리시티닙) 치료요법으로는 50% 이상의 모발 재성장률이 약 50% 정도 된다.

건선 치료에서 최근 각광받는 면역조절제는 T helper 17(Th17)세포가 생산하는 물질, 표피세포와 골수성가지세포에서 생산되는 인터루킨-23, 종양괴사인자(TNF-alpha)와 항균 펩타이드를 억제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병세의 경·중증 상태에 따라 표적 집중도는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특성과 병세에 따라 유형별 치료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자외선 치료 요법의 효능은 크게 봐서는 면역조절제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유사한 수준이다. 따라서 만성 염증과 표피 과형성이 반복돼 두꺼워진 건선 병변은 자외선 치료 요법과 저용량 면역 조절제·각질연화제를 함께 쓰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은 난치성의 골칫거리라기보다는, 만성 질환을 속단하거나 과잉 의욕을 내세우는 태도 등이 오히려 치료 걸림돌이다. 가능한 한계 내에서 최선·최고 수준의 의료기술과 의학지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도 스스로 눈을 돌리는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거나 이에 편승한 의료 관행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동아대병원 피부과 윤정호 교수는 “암과 전염 바이러스 질환도 성공적 정복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대이다”며 “사고방식의 전환과 의학기술적 통찰로 환자의 특성과 병세에 맞춰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을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마음가짐이 특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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