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 수익 보장" 서민 노린 1000억 원대 투자 사기 (종합)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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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 물건 투자 땐 고배당” 미끼
부산·울산·경남 돌며 범죄 행각
“50~60대 주부 피해자 많아”

경찰. 연합뉴스 경찰. 연합뉴스

부산에서 투자회사를 설립해 공매 물건 투자와 높은 배당금을 미끼로 최소 수십 명의 피해자로부터 1000억 원 이상을 가로챈 투자 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사기 등)로 A 투자회사 B 대표 등 업체 관계자 10여 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 씨 일당은 2020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2년간 연제구 연산동에 A 사 등 투자회사 세 곳을 차렸다. 이들은 공매 물건에 투자하면 월 8%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모았다. 경찰은 이들이 투자 초기엔 배당금을 지급하다가 점점 배당액을 낮추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전형적인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이 투자 원금 외에도 배당으로 받은 돈을 다시 투자하면서,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연제구에 거주하는 60대 가정주부 C 씨는 올 1월 지인의 권유로 업체를 찾았다. 아예 회사 직원으로 들어간 C 씨는 카드론과 주택담보대출을 동원해 4월까지 총 1억 500만 원을 투자했다. 60대 주부 D 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 올 1월부터 4월까지 1억 3000만 원을 투자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배당금 지급은 4월부터 멈췄다. C 씨와 D 씨 등은 현재 배당금은 물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C 씨는 B 씨에게 연락했으나 “병원이라 전화가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B 씨 일당이 울산·양산·창원·마산·진주 등 전국을 돌며 투자를 받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C 씨는 “회사에 출근하면 전국 각지로 투자설명회를 다녔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전국에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자는 80명가량이지만, 피해자들은 최소 1200명가량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해자 C 씨는 “회사 직원들이 있는 톡방 인원수만 해도 두 군데를 합치면 300명 가까이 되는데, 전국 피해자들을 다 합치면 인원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며 “(B 씨 일당이) 고소하지 않으면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회유하고 있어서 정확한 피해자 추산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B 씨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E 씨는 “피해자들이 대부분 50~60대 가정주부였고 70~80대 할머니도 많았다”며 “전형적인 서민 사기 범죄이다”고 소리높였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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