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차기 회장 1차 후보군 13일 확정… 커지는 ‘낙하산’ 우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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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추위 ‘롱리스트’ 명단 의결
계열사 대표 포함 10명 ‘주목’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윤 캠프’ 출신 이석준 내정
‘관치금융’ 본격화 기류 감지

전국금융산업노조와 BNK부산은행 노조 등이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 분야 정부 관료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전국금융산업노조와 BNK부산은행 노조 등이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 분야 정부 관료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BNK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다.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한다.

금융권 관심은 내부 승계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계열사 대표 9명과 함께 외부 자문기관 2곳에서 추천한 10명 남짓한 후보에게 쏠린다. 특히 12일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 1호 영입인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되면서 정치권 입김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후보 선정 절차 어떻게

부산, 울산, 경남 대표 금고인 BNK금융그룹 임추위는 이날 오전 서울에서 회의를 열고 계열사 대표로 구성된 내부 후보 9명과 외부 후보 10명가량의 이름이 포함된 롱리스트 명단을 의결한다. 여기에는 내부 승계 규정에 따라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를 비롯해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지주 사내이사 겸 자회사 대표 9명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이 밖에 외부 자문기관 2개 업체가 추천한 10명 정도의 인사들도 경쟁에 합류한다.

금융권에서는 외부 후보와 관련해 다양한 이름이 거론된다. BNK 출신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과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외에도 이명박 정부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석열 정부서 전성기를 맞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국장 출신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행정고시 33회로 한국자금중개 사장을 지낸 이현철 우리카드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롱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은 후보 접수를 별도로 진행한다. BNK금융 임추위를 통해 1차 후보군에 포함됐다 하더라도 자동으로 후보 자격을 얻는다는 말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회장 도전 의사가 없는 후보는 서류 제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BNK금융그룹 임추위는 접수자들을 대상으로 경영계획 발표와 면접, 외부 평판 조회 등을 실시해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정하게 된다.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숏리스트 압축까지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관치 금융’ 우려

지역 금융권과 BNK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걱정이 상당하다. NH농협금융을 시작으로 다른 주요 금융지주에서도 ‘관치금융’이 본격화되는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이른바 ‘셀프연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금융권에서는 향후 관료 출신 인사가 대거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NH농협금융은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독 후보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병환 현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게 됐다. 1959년 부산 출생인 이 전 실장은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고,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에서도 NH농협금융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당초 3연임이 확실하게 여겨졌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입지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정례회의를 열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다. 1년 6개월간 미뤄졌던 징계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배경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퇴진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우리금융 회장 하마평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이른바 관료 출신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달 8일 열린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도 “관치금융”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3연임이 확실시됐지만, 돌연 자진사퇴를 했다. 금융권에서는 겉으로는 ‘세대교체’라는 조 회장의 용단이지만 실제로는 당국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와 BNK 내부에서는 ‘금융권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BNK금융 회장 후보군 확정을 하루 앞둔 12일 한국노총, BNK부산은행 노조, IBK기업은행 노조, 참여연대 등과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금융 분야 정부 관료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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