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또다른 짐이 된 학업성취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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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화 된 등수에 박탈감·우울감
“청소년 입장 고려한 정책 필요”

올 10월 부산 일선 중학교에서 학업 성취도 평가가 시행됐다. 부산일보 DB 올 10월 부산 일선 중학교에서 학업 성취도 평가가 시행됐다. 부산일보 DB

지난 10월 부산에서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작한 뒤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는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제고사는 과거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모든 학교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치렀던 시험이다.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로 현재 교육 내용과 수준이 적절한지, 학생들의 평균 수준은 어떠한지 등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학생들에게 더 알맞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지역에 따른 수준 차이도 알 수 있기에 더 효과적인 교육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은 학생들의 입장이 아닌, 어른들 입장이다. 학생 입장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는 또 다른 시험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력에 따른 편견이 심한 나라다. 많은 부모와 학생들은 좋은 학벌을 원한다. 학생들은 충분한 수면과 창의적인 활동을 포기하고 오로지 교과 공부에 열중한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부모님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중간고사, 기말고사 이외에 또 다른 시험을 치게 하고, 등수로 줄을 세워 알려주는 것은 어떤 득실이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 수준을 향상하는 데 도움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서열화된 등수로 상대적 박탈감, 우울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면, 이는 분명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니더라도 기존 교육제도 속 시험으로 학생들은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느라 충분한 잠, 가족 및 친구들과의 추억, 취미생활 등 정말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짐을 하나 더 짊어지게 하는 것이 과연 정말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서채영 청소년 시민기자(상당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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