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애인체육회 "시장 캠프 인사 재채용 중단해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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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출마 이유로 퇴사한 직원
직급 높여 채용하는 것은 부당”
체육회, 발표 연기·시 항의 면담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사무처 직원, 체육지도자 등 80여 명이 근무 중인 부산시장애인체육회(이하 체육회)가 직원 채용을 놓고 부산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공고를 통해 최종 선발된 지원자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체육회를 떠났던 박형준 부산시장 캠프 출신 인사인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체육회 측이 인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데다 박 시장 ‘보은인사’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체육회는 지난 8일 부산시 체육진흥과를 찾아 체육회 직원 채용과 관련한 항의 면담을 진행했다. 선거 출마를 이유로 체육회를 퇴사했던 7급 직원이 선거 이후 6급으로 승진해 체육회에 복귀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체육회는 앞서 부산시와 면담을 갖고 9급 직원 2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무처 직원 9명 중 3명이 휴직 중인 탓에 실질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체육회에 9급 직원 2명 채용 대신 관리직 직원인 6급 1명과 9급 직원 1명을 채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체육회 채용심사위원회는 채용 절차를 거쳐 6급 인사로 체육회에서 약 15년간 근무하다가 올 3월 7급으로 퇴직했던 A 씨를 최종 선발했다.

문제는 A 씨가 평소 국민의힘 소속으로 정당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으며, 지난해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데 있다. A 씨는 국민의힘 부산시당 청년위원회 등에서도 직책을 맡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올 3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체육회에서 나온 A 씨는 당 내부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선거에 출마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 측은 A 씨가 지방공무원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 체육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정당 활동을 해왔고, 이를 두고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고 항의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A 씨가 채용공고 이전부터 지인들에게 곧 다시 체육회로 돌아올 거라고 이야기하는 등의 정황을 봤을 때 부산시와 사전에 모종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5명으로 구성된 체육회 채용심사위원회에 부산시에서 추천하는 인사가 2명 이상 포함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A 씨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충분히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또다른 체육회 관계자는 “정당 활동 탓에 근무에 소홀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A 씨가 오히려 6급으로 승진해 돌아오게 된다면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5일부터 사무처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체육회는 당초 이날 채용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반발이 심하자 결국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체육회 측은 이번 채용이 박형준 부산시장의 입김이 작용한 ‘정치적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체육회를 떠난 직원이 정당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승진해 돌아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체육회 내부의 채용 문제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면서 채용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체육회 내부 규정에 따라 곧 채용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무처 내부에 반발 목소리가 있어 무슨 일인지는 파악은 해본 상태지만 부산시에서는 일일이 채용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 씨 역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채용에 지원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면서 일부 직원이 모함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A 씨는 “다른 직원에게 체육회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만약 채용이 된다고 하면 체육회에서의 경력과 전문성 등을 인정받아 이뤄지는 것이지 누구의 도움을 받은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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