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 절대평가’ 추진 놓고 “특목고 선호 우려"
교육부, 2025년부터 고교 내신 절대평가 추진
고교서열화 우려부터 자사고 열풍 우려 제기
교육부가 현재 중1이 고1이 되는 2025년부터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인다. 2025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효용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자사고 등 특목고 선호 현상이 거세지고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부활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이후 고1 공통과목에도 성취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최근 지시했다. 성취평가는 성적을 기존 1~9등급으로 매겼던 현행 내신 등급제가 아닌 절대 평가를 뜻한다. 학생 개개인이 일정 수준의 점수만 획득하면 같은 등급을 받게 되는 제도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학생들이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고교 과정을 이수하는 고교학점제를 2025년 시행하고 1학년이 주로 이수하는 공통과목은 현행 등급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 현장에선 절대평가가 전면 도입되면 특목고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자사고·외고는 학생 간 성적대가 비슷하고 경쟁이 치열해 일반고에 비해 등급제에서 내신 성적을 내기 어려웠다. 절대 평가가 도입되면 자사고·외고가 일종의 ‘내신 핸디캡’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 모(44·부산 연제구) 씨는 “특목고 진학을 고려할 때 가장 큰 고민이 내신에서 밀리면 어떡하나였는데 내신이 절대평가라면 자사고의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며 “학생들이 특목고를 가기 위해 선행 학습을 더 받으려 하는 풍토도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지역 고교의 경쟁력 약화도 절대평가 전면 도입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각 학교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사라지면 대학에서는 사실상 ‘고교등급제’로 학생을 줄 세우기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내신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아 학생들이 선호 대학에 가기 위해 수능으로 쏠리는 현상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교육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고교학점제가 사교육 쏠림의 ‘기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좋은 학군 학교, 특목고 등의 선택과목이 일반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입시 맞춤형’ 과목으로 꾸려질 수도 있다”며 “절대평가 도입, 고교학점제 도입은 궁극적으로 수능,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 제도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장 고교학점제와 함께 전 학년 내신에 성취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검토 단계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초 연말까지 발표하기로 했던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 절대평가제 도입 등을 내년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