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부산시의회, 열정 넘쳤지만 ‘아마추어 티’ 못 벗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첫해 ‘6개월 활동’ 평가

국힘 소속으로 대대적 물갈이
초선 35명, 전체 75% 차지
조례 45건 발의 의욕적 활동
행감·예산 심사 불협화음도

부산시의회가 13일 제310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끝으로 올해 의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가 13일 제310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끝으로 올해 의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산시의회 제공

“열정은 인정하지만 아직 아마추어티를 못 벗었다.’ 7월 개원한 제9대 부산시의회의 출범 첫해 활동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던 시의회가 ‘6·1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대거 물갈이됐으나 출범 후 6개월간의 활약을 놓고 보면 아직 부산 시민들의 변화 열망에 부응할 만한 존재감은 보여 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조례 발의 건수나 행정사무감사(행감) 실적은 이전 8대 시의회보다 돋보였지만 시민 주목을 끌 만한 ‘한 방’은 없었다. 부산시교육감 선서를 놓고 갈등을 빚거나 일부 의원이 ‘튀는’ 동료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소집에 나서는 등 미숙한 면모도 드러냈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절대 다수인 시의회가 같은 당인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끄는 부산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달라진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적극 참여… 내실은 ‘글쎄’

제9대 시의회 초선 의원은 모두 35명으로 전체 의석의 75%를 차지한다. 대다수가 초선이다 보니 열심히 하려는 의욕은 넘쳤으나 노련미는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시의회는 과거 시의회에 비해 왕성한 참여도를 보여 줬다. 9대 시의회가 임기 시작 후 6개월간 발의한 조례 건수는 45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8대 시의회가 30건을 발의한 것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7대 시의회 조례안 발의 건수는 7건에 머물렀다.

9대 시의회는 첫 행감 때도 의욕 넘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2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출범 첫 행감에서 시정질문 30건, 5분 발언 88건, 법제 검토 109건을 기록했다. 8대 시의회는 첫 행감 때 시정질문 17건, 5분 발언 47건, 법제 검토 64건 등을 기록했다. 9대 시의회에는 구의원 등으로 활약한 인물이 많아 집행부 견제 역량을 갖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속을 들여다보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선, 발의한 조례안이나 시정질문 등의 내용이 시민들의 이목을 끌 만한 중요 사안이 없었다는 지적이 인다. 9대 시의회는 행감 때 15분 도시 등 박 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을 꼬집으면서도 단편적 사안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대저대교 사업 등 장기간 해결책을 못 끌어내는 시의 미흡한 행정도 제대로 꼬집지 못했다. 부산교통공사의 만성적자 상태를 지적하면서도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였다.

한 시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다수이다 보니 박 시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어 공약 사업에 대해 문제 삼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행감을 모니터링한 부산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9대 시의회의 첫 행감에는 시민이 제안한 의제가 다수 반영됐으나, 시의원들이 차별성 있거나 심도 있는 질의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동료 다그치고 행감 미루기도

시의회 본연의 역할인 행감과 예산 심사 등에 불협화음도 터져 나왔다.

부산시교육청 행감이 무기한 연기된 일이 대표적이다. 시의회 교육위는 지난달 초 시교육청 행정사무 감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하윤수 교육감이 증인선서를 거부한다는 이유였다. 하 교육감은 전국적으로 교육감이 증인 선서를 한 경우는 없다며 버텼다. 시외회 안팎에서는 “무리한 시교육청 길들이기”란 평가도 나왔다. 이후 갈등은 봉합됐지만 시의회가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는 미숙함을 드러낸 일이라고 꼬집는 소리가 많았다.

시와 시교육청 공무원을 몰아붙이거나 윽박지르는 관행도 여전했다는 불만도 있다. 한 공무원은 “행감이나 예산안 심사에서 일부 시의원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사업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시의회가 견제하는 것은 옳지만 서로 논리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산안 심사 때는 한 상임위에서 동료 시의원을 징계하기 위해 윤리특위를 소집하려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상임위는 평소 A 의원의 돌출 발언이나 행동 등으로 갈등이 자주 빚어지고 회의 진행에도 차질이 크다며 윤리특위를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다. 전체 8명인 해당 상임위는 A 의원을 제외한 의원 6명이 윤리특위에 찬성했다. 결국 윤리특위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동료끼리 원만하게 협의하면 될 일을 굳이 윤리특위까지 신청한 일을 놓고는 비난이 일었다.

다만, 9대 시의회는 시 내년도 예산안을 200억 원 넘게 삭감하는 ‘이변’도 연출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시의회가 시 예산을 ‘칼질’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편 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개최한 직후 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폐회연을 열고 올해 의정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산시의회 안성민 의장은 “9대 시의회는 코로나19 후유증과 경제 침체까지 겹친 위기 상황에서 개원 이후 6개월 동안 무엇이라도 해 보자는 각오로 달려왔다”며 “앞으로도 9대 시의회는 부산의 도약을 위해 한 팀이 돼 시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