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공공배달앱, 코로나 엔데믹 등 겹쳐 ‘추풍낙엽’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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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실적에 전망도 불투명
진주·통영 이어 거제 곧 종료
부산 ‘동백통’ 매출 목표의 10%
적은 가맹점에 경쟁력 떨어져
공공기관 개입 무리수 지적 많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지자체 ‘공공배달앱’이 저조한 실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가 운전하는 모습(왼쪽)과 배달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앱. 부산일보DB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지자체 ‘공공배달앱’이 저조한 실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가 운전하는 모습(왼쪽)과 배달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앱. 부산일보DB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없앤 ‘착한 배달앱’을 자처하며 우후죽순 생겨났던 지자체 ‘공공배달플랫폼’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에다가 코로나19 엔데믹, 지역화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향후 전망마저 어두워진 탓이다. 애초 민간이 주도해온 시장에 공공기관이 억지로 개입하려 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 거제시는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3월 출시한 ‘배달올거제’ 운영을 20일 종료한다. 배달올거제는 경남 최초 민관협력형 공공배달앱이다. 중개수수료, 광고비, 가입비 등이 없는 ‘3無(무)’ 정책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기본 할인을 적용한 전용상품권 발행, 가맹점 배달비 지원, 사용자 페이백(환급) 이벤트 등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민간배달앱과 경쟁하기엔 역부족. 무엇보다 500여 업체로 출발한 가맹점 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특수에도 월 매출은 6000만~7000만 원에 그쳤다.


중계수수료, 가입비, 광고비 없는 착한배달앱으로 주목받은 공공 온라인 플랫폼 배달올거제가 출시 2년도 안돼 서비스를 종료한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열린 출시 행사 모습. 부산일보DB 중계수수료, 가입비, 광고비 없는 착한배달앱으로 주목받은 공공 온라인 플랫폼 배달올거제가 출시 2년도 안돼 서비스를 종료한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열린 출시 행사 모습. 부산일보DB

거제뿐만이 아니다. 최근 1~2년 사이 등장했던 공공배달앱 태반이 존폐기로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1개에 달했던 지자체 공공앱 중 올 10월 말 기준으로 정상 운영 중인 앱은 15개 남짓이다.

중소 배달앱 제작사 (주)허니비즈와 손잡고 ‘띵동’을 선보였던 진주시와 통영시는 일찌감치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전시 ‘부르심’, 천안시 ‘배달이지’, 춘천시 ‘불러봄내’도 사업을 종료했다. 특히 춘천시는 출시 한 달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올해 사업을 준비하던 익산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검토 단계서 포기했다.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남은 앱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 중 하루 이용자가 1000명을 넘는 건 서울 ‘제로배달 유니온’, 경기 ‘배달특급’, 부산 ‘동백통’, 인천 ‘배달e음’, 대구 ‘대구로’ 등 대도시 연고앱뿐이다. 이마저도 하루 활성 이용자가 100만 명을 웃도는 민간앱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부산시가 올해 초 야심차게 내놓은 공공배달앱 ‘동백통’은 내년에도 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달린다. 하지만 첫해인 만큼 매출 실적이 좋지는 않다. 당초 올해 3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까지 30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가맹점 수도 7000여 개 정도에 불과하다. 부산시 전선임 소상공인지원과장은 “기존 배달앱 플랫폼 이용자를 동백통으로 유입시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면서도 “영세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거의 없는 동백통이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새해엔 홍보와 이벤트에 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배달앱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음식 배달 시장이 커지고 ‘고액 수수료’ 논쟁이 불거지자 지자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상생안 중 하나다. 자영업자에겐 낮은 수수료를, 이용자에겐 지역화폐를 통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음식값의 6.8%(정률제) 또는 월 8만 원(정액제)을 중개수수료로 받는다. 요기요는 12.5%, 쿠팡이츠는 9.8%를 떼 간다. 반면 공공앱은 아예 없거나 1~2%다. 그럼에도 이미 시장의 90% 이상을 잠식한 민간배달앱에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은 직격탄이 됐다.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그나마 있던 주문마저 끊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조 91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 줄었다. 공공앱 중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경기도의 배달특급도 올해 1월 55만 명 수준이던 월 사용자가 지난달 42만 명으로 감소했다.

전망은 더 어둡다. 지역화폐 축소로 설 자리가 더 좁아진 탓이다. 공공앱에선 5~10% 할인된 금액에 살 수 있는 지역화폐로 결제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부터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역화폐 발행이 줄면 이를 기반으로 버텨온 공공앱 이용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인천 서구의 경우, 올해 5~6월 8만 1000여 건이던 공공앱 주문 건수가 7월 6만 4000여 건으로 20% 이상 급감했다. 이는 인천시가 지역화폐인 인천이음 할인율을 월 결제액 기준 ‘50만 원 10%’에서 ‘30만 원 5%’로 줄인 기간과 겹친다.

박상혁 국립경상대 창업학과 주임교수는 “(공공앱이) 취지는 좋지만 민간앱 보다 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데다, 자칫 어플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면서 “지자체가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면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도록 돕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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