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형님” 한마디에… TK신공항, 국비 받아 먼저 지을 판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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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과정 윤 대통령 답변 빌미
TK정치권, 전액 국비 지원 추진
활주로 길이 연장 등 덩치 키워
중추공항 위상 놓고 ‘가덕’과 경쟁

2028년 조기 개항 목표 명시
선점 효과 노린 특별법안도 발의
TK 언론, PK 협력까지 요구

홍준표(맨 오른쪽) 대구시장이 지난달 22일 TK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맨 왼쪽) 의원을 만났다. 김종호 기자 kimjh@ 홍준표(맨 오른쪽) 대구시장이 지난달 22일 TK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맨 왼쪽) 의원을 만났다. 김종호 기자 kimjh@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이 ‘덩치 키우기’를 계속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으로 시작한 사업이 가덕신공항과 경쟁하는 ‘중추공항 건설’ 사업으로 커지는 모습이다. “국비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던 사업 방식은 ‘국비 사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다. 국비 사업 전환 시 국비 확보나 개항 시기 등에서 부산·울산·경남(PK)이 추진해 온 가덕신공항과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TK는 이 같은 ‘덩치 키우기’가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뱉은 “예, 형님”이라는 한마디 때문이다.



■‘기부 대 양여’에서 국비 사업으로

TK신공항은 ‘대구공항 통합이전’ 사업으로 출발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동남권신공항 공약을 포기하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하면서 대구 군공항과 민간공항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TK지역 반발을 ‘통합 이전’ 사업으로 달랜 셈이다.

당시 정부는 군공항 중심의 대구공항 이전에 대해 ‘기부 대 양여 방식’이라고 발표했다. 국비 지원 없이 대구공항 부지를 판 돈으로 군공항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민간공항도 “현 민항부지 매각대금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TK정치권을 중심으로 신공항의 군공항 이전 사업에 ‘국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전환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현 경제부총리인 추경호 의원은 ‘국비 보조’가 가능하도록 만든 법안을 발의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최근 “정부도 국비가 투입되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군 공항을 옮기는 데 대구시가 모든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은 원칙적으로는 맞지 않다”고도 했다. TK 정치권은 이미 민간공항 이전 사업은 ‘전액 국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TK신공항 조감도. TK신공항 조감도.

■2.8㎞에서 3.8㎞로

TK신공항은 군공항 이전이 중심인 사업이다. 이 때문에 활주로 길이 등 공항 설계에서 군의 요구사항이 중요하다. 국방부는 8월 발표한 ‘대구 통합신공항 기본계획’을 통해 TK신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2744m(9000ft)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계획을 “대구시와 함께” 수립했다고 밝히면서 2.8㎞ 길이 2본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와 TK 정치권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신공항 활주로 길이가 3.8㎞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영진 시장시절 ‘3.2㎞ 이상’으로 제시된 TK 신공항 활주로 길이는 가덕신공항이 3.5㎞로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3.5㎞로 상향 조정됐다. 최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중심으로 ‘3.8㎞ 활주로’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는 인천공항 활주로 길이와 같다. 인천공항을 대체할 ‘중추공항’ 위상을 노린 주장으로 보인다.

■TK신공항 키우는 ‘정치적 동력’

TK신공항 ‘덩치 키우기’는 ‘정치적 동력’으로 뒷받침된다. 추 의원과 주 원내대표에 더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신공항 확대 정책을 주도한다. 홍 시장은 경남지사 시절부터 3.8㎞ 활주로 건설을 강조했다. 당시 동남권 신공항이 3.8㎞ 활주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는 이제 TK신공항에서 3.8㎞를 외친다. 경남지사 시절 “물구덩이보다 맨땅이 낫다”며 가덕신공항에 대해 ‘네거티브 전략’을 폈던 그는 최근에는 “부산과 대구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연대관계”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TK에서는 신공항이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고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월 15일 동대구역 유세 당시 홍 시장(당시 의원)이 “TK신공항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활주로가 3.8㎞ 이상 돼야 하고 국비공항으로 돼야 한다, 약속해 주시겠죠”라고 말하자 “예, 형님”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권의 ‘핵심’이 된 TK정치권은 이 한마디 ‘대답’의 의미를 무한 확장하는 모습이다.

■경쟁과 협력

TK신공항이 국비사업으로 전환되면 가덕신공항과 ‘국비 확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다. 또 TK신공항이 2030년을 전후로 완공될 경우 ‘선점 효과’를 통해 가덕신공항의 항공수요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추 의원이 발의한 TK신공항 특별법에는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조기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국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TK신공항이 먼저 개항을 하면 결과적으로 가덕신공항에 투입되는 항공기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TK에선 “PK는 TK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TK지역 언론은 과거에도 정부의 ‘공항 위계’를 뒤엎는 TK신공항 확대에 대한 부산의 우려를 “대구 통합 신공항 건설을 막으려는 움직임”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부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시선이나 체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하는 모습”이 “부산 사람들의 정서와 기질”이라는 주장(매일신문)까지 나왔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주장을 쏟아내던 TK 지역언론은 이제는 PK에 ‘신공항특별볍 통과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PK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TK신공항 특별법에 딴지 걸지 말아 달라”며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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