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탈부산' 위기 가속… 장흥군수협 선단 유치 본격화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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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수협, 노력항 위판장 사용자로 선정
올 10월 대형선망과 선단 유치 협약 맺어
부산 지역경제 위기…유출 막을 방안 절실


올해 1월 3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해 첫 수산물 경매가 열려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올해 1월 3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새해 첫 수산물 경매가 열려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속보=국내 고등어의 90%가량을 공급하는 대형선망수협(이하 대형선망)의 '탈부산'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형선망과 선단 유치 협약(부산일보 10월 26일 자 1면 보도)을 맺은 장흥군수협이 전남 장흥군 노력항의 위판장 사용자로 선정되면서다. 대형선망의 고등어가 전남에서 위판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부산공동어시장이 위판 시스템 등을 적극 개선해 지역경제의 한 축인 선단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남 장흥군청은 지난 15일 '장흥노력항 수산물 콜드체인 시스템 사용자 선정 공모'에서 장흥군수협이 최고점을 얻어 사용자로 선정됐다고 18일 밝혔다. 장흥군은 예산 139억 원을 들여 고등어 선단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대형선망이 유일하게 실질적 선단 유치 협약을 맺은 사업자가 노력항 위판장 사용자로 선정돼 고등어의 '탈부산' 길이 열린 셈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량 중 대형선망의 고등어 선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형선망은 많은 선단이 전남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 지연 등 문제로 더 많은 수의 선단이 전남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선망 선단은 고기를 직접 잡는 본선, 불을 밝혀 고기를 모으는 등선 2척, 잡은 고기를 위판장까지 옮기는 운반선 3척 등 6척으로 구성된다. 대형선망은 이 중 운반선 1~2척 정도만 전남으로 갈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중도매인과 항운노조 간 갈등으로 인한 위판 지연, 항운노조의 인력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작업 속도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빠른 위판 시스템을 제공해야 제대로 된 어가를 받을 수 있는데, 부산공동어시장은 인력 등 문제로 고기를 제때 경매장에 풀지도 못하는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더 많은 선단이 빠른 위판 시스템을 제공하는 위판장을 찾아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보통 선사는 고등어 성어기인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많으면 하루 평균 10만 상자 이상을 잡아오지만, 부산공동어시장은 어획물 분류·포장 인력이 부족해 하루 6만 상자 정도밖에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고등어는 온도에 예민해, 위판이 지연되고 상온에 노출되면 자연히 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그대로 어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노력항 위판장은 이르면 내년 6월까지 장흥군청과 위탁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장흥군청은 위판장 구축 사업비 139억 원 중 93억 원을 확보했고, 내년에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판장에는 고등어 선단 콜드체인 기반시설인 급냉실, 제빙시설, 선별장, 부대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장흥군수협은 노력항 위판장 사용자로 선정된 이후 추진단을 꾸려 선단 유치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장흥군수협 관계자는 "실제로 대형선망과 미리 선단 유치 협약을 맺은 상황이기 때문에 고등어 선단 유치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부산 지역경제의 한 축인 고등어 선단의 유출을 막기 위해 부산공동어시장이 인력 등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선사들은 위판 시스템을 이용하는 위치에 놓여있다. 어시장이 이들이 떠나지 않도록 항운노조의 인력 문제, 고등어 선별기 도입, 항운노조 노임 문제 등에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선단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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