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기대” “걱정 교차”…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에 엇갈린 시선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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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원청 노조 “새로운 도약 기대”
하청 노조 “고통스런 현실 외면 안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부산일보DB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부산일보DB

“대한민국 조선산업과 거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합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본격화되면서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 지역사회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일 한화그룹과 기업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보통주식 104,438,643주를 신규 발행하면, 한화그룹이 주당 1만 9150원에 인수한다.

인수 총액은 2조 원 상당이다.

계획대로라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해 새로운 최대주주로 경영권를 갖게 된다.

양 측은 내년 상반기 기업결합심사와 유상증자를 거쳐 매각 절차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8개국이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거제시와 시민 모두는 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 된 경영 주체를 찾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나가길 간절히 희망해왔다”면서 “기업과 지역사회의 상생발전,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한화가 공식적으로 인수기업이 된 만큼 시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며 “신성장 먹거리 분야로 뜨고 있는 방산 부문 강화를 비롯한 사업재편과 적극적인 R&D 투자로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다방면에 걸친 행정적 지원으로 더 큰 희망, 100년 미래의 새로운 거제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서일준(거제) 의원도 성명서를 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한화그룹이라는 좋은 인수자가 생겼으니 잘된 일”이라며 “세계적인 역량을 키워 다시금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본계약 과정에 당사자로 참여한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 집행부가 한화 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제공 본계약 과정에 당사자로 참여한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 집행부가 한화 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제공

노동계는 원·하청 간 시선이 엇갈렸다.

원청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우조선지회은 앞서 한화 측이 노조가 요구해 온 인수 협상 참여 보장 등을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현장 실사에 협조하는 등 한층 유연하게 대응해 왔다.

이번 본계약 과정에도 당사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대우조선지회는 “이제 기업 결합심사만 남았다. 심사의 기간은 한화의 인수 의지에 반비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화는 신속하게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싶어 하고 그 일정도 3월 말까지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하청 노조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하청노동자들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면서 “한화는 하청노조인 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본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청노동자를 원청과 전혀 상관없는 존재라고 무시하고 외면할 것인가”라며 되묻고 “대우조선 경영진이 하청노조에 제기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잠정 타결된 지난 7월 22일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 네번째) 등이 브리핑을 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잠정 타결된 지난 7월 22일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 네번째) 등이 브리핑을 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청노조는 지난 7월, 사내협력사 노동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원유운반선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로 인해 1번 독 조업이 한 달 넘게 전면 중단됐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중요 생산시설 무단 점검 노성을 주도한 하청지회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가 명백한데도 회복 노력을 하지 않을 때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할 가능성이 큰 데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하청지회는 “하청노동자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담긴 요구 사항을 진정성 있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조선소의 불법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조선하청지회, 웰리브지회와 진심으로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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