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약 이행 의지 태부족 드러낸 부산 국회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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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절반 지났는데 겨우 25% 이행
부실 이행 시 차기 총선 출마 접어야

21대 총선이 마무리된 16일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1대 총선이 마무리된 16일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임기 2년이 지난 부산지역 21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이 현저히 낮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 정도가 25.83%다.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 4개 중 겨우 1개를 완료하는 데 그친 셈이다. 전국 평균(26.95%)에도 못 미치고 인접한 울산(42.61%)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부끄럽다고 할 터인데, 공약 이행률을 공개하길 거부한 부산 의원도 6명에 이른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갖가지 공약 중 상당수가 지켜지지 않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부산 유권자들로선 이런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부산 국회의원들의 공약 폐기율은 전국 2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산 국회의원들의 공약 실천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표를 얻기 위해 무턱대고 남발하지 않았냐는 비판도 당연히 나오게 된다. 실제로 21대 부산 국회의원들이 폐기했거나 보류한 공약들은 특화체육공원이나 물류연구개발센터 따위를 조성·건립하겠다거나 야외 에스컬레이터나 예술센터 등을 설치·유치하겠다는 식의 선심성 또는 민원성 개발 공약이었다. 아무리 선거에서의 승리가 당면한 목표라지만 그래도 구체적 실천 계획이나 근거도 없이 무리한 공약을 내세운 점은 철저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민심을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된 뒤에는 나 몰라라 하는 이런 행태가 부산 국회의원들에게서만 유달리 두드러진다고는 할 수 없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1명이 100건이 넘는 공약을 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선거에서 공약을 쏟아 내고도 사후에 지키지 않는 모습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정치권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93명의 국회의원 공약 7844개를 평가한 결과 완료된 건 2114개에 불과했고, 보류·폐기된 건 403건이었다.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낸 수치라고 하겠다.

정치인들이 공약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 될 것을 모두가 안다고 해서 공약(空約)이라고 한다지만, 유권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21대 총선 때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의정활동계획서(공약) 제출 요구에 응한 후보자는 80%가 당선됐지만 미제출자는 70% 이상 떨어졌다고 한다. 유권자가 공약을 보는 시선은 그만큼 엄중하다. 공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행하는 건 더 중요하다.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공약을 착실히 이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선거 준비라는 말이다.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겠다면 출마는 생각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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