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이 대학에 소장품 기부한 이유는… “글로벌 인재 육성”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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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총장, 경남정보대에 850점
오바마 초대장 등 ‘희귀템’ 가득
“학생들 동기 부여 계기 됐으면”

경남정보대 김대식 총장이 자신이 평생 모은 수집품들을 모아 놓고 각각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경남정보대 김대식 총장이 자신이 평생 모은 수집품들을 모아 놓고 각각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고유 휘장이 새겨진 다기 세트,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초대장, 미국 애플사를 상징하는 사과 모양 크리스탈 조각,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재임 시절 UN에서 제작한 지구본,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찻잔. 언뜻 보면 근현대사 박물관의 소장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모두 부산의 한 대학에 보관돼 있다.

부산의 한 대학 총장이 학생들을 위해 자신이 평생 모은 소장품을 기부해 화제다. 경남정보대는 김대식 총장의 생전 수집품을 모은 DS홀을 학내에 개관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총장은 자신이 평생 모은 기념품 850점을 학교에 기부했다. 경남정보대는 학내 도서관 6층 세미나 공간에 김 총장의 기부품을 모아 DS홀을 열었다. 학생들이 김 총장의 기부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다.

DS홀에는 김 총장의 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특사로 세계를 누볐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총장도 지냈다. 정치인으로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친분을 쌓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친필 서명이 담긴 도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쓰던 다기 세트, 이명박 전 대통령 독서대 등이 대표적인 그의 이력이 녹아 있는 물건이다. 김 총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찻잔이 기념이 될 듯해 찻잔을 줄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대통령께서 흔쾌히 가져가라고 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다기, 독서대 등을 선물 받았는데 이후 돌아보니 역대 대통령 관련 물품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사로 해외를 다닌 경험도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물건들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대표적인 소장품이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초대장이다. 김 총장은 2008년 오마바 대통령 취임식에 정부 초청 손님으로 방문했다. 당시 8차례에 걸친 미국 정부 주최 무도회에 참석했다. 당시 연회 초대장은 국내에서 김 총장이 소유한 것이 유일하다. 김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내에서 그려간 캐리커쳐를 선물했다.

또 취임식에서 만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게 받은 크리스탈 애플 조각도 DS 홀 한쪽에 전시돼 있다. 김 총장은 “당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기도 전이라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캐리커쳐를 보고 매우 좋아하던 모습이 초청장을 보니 떠오른다”고 말했다.

DS홀에는 정치인으로서 김 총장이 모았던 소장품 이외에도 ‘수집광’의 면모가 느껴지는 소장품들도 눈에 띈다. 88올림픽 기념주화, 역대 공중전화 카드, 각종 기념우표도 전시돼 있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모은 각 나라를 상징하는 무늬가 그려진 컵, 도자기도 눈길을 끈다. 김 총장은 “교포 100명 이상이 사는 나라 116개국 중 108개 나라를 다녀왔는데 그 나라를 기억하고 싶어서 기념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자신이 수십 년간 모은 소장품을 기부한 데는 학생들이 DS홀에서 ‘글로벌 인재’로 꿈을 키웠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편하게 DS홀을 볼 수 있도록 소장품을 별도로 봉인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소장품을 보고 나도 외국에 가고 싶다, 나도 대통령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한다면 물건들이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물건에 얽힌 사연들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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