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등어 '탈부산' 부추기는 공동어시장 위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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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선망 선단 전남 장흥 이탈 조짐
위판·유통·가공 시스템 현대화 시급

부산공동어시장 정박한 대형선망 선단 모습. 박혜랑 기자 부산공동어시장 정박한 대형선망 선단 모습. 박혜랑 기자

‘대한민국 수산 메카 부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고등어의 90%가량을 공급하는 대형선망수협 선단의 ‘탈부산’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수산업의 맏형 격인 부산 대형선망 선단 일부가 전남 장흥군과 협약을 맺고 새로운 고등어 위판장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전남 장흥군청은 이에 부응해 노력항 일대에 예산 139억 원을 투입해 급냉실, 제빙시설, 선별장, 부대시설 등 고등어 선단 콜드체인 기반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부산 밖에서의 고등어 위판이 시작되는 셈이다. 당장은 운반선 1~2척 정도 수준이겠지만, 점차적으로 이탈하는 선단과 어획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등어 선단의 타지 위판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산공동어시장 전체 위판 어종 중 대형선망 선단의 고등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차지할 정도이다. 고등어 선단이 타지로 빠질 경우 어시장 위판량 감소에 따른 위상 하락과 경영 부실은 심각할 지경이다. 위판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2026년 완공 목표로 진행 중인 어시장 현대화 사업도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또한, 대형선망과 관련된 어구, 수리조선, 식자재, 선원 수급 등 산업 생태계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도 수십 년간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은 대형선망 선단이 먼저 나서서 위판장 이전을 추진했다는 소식에, 부산시민은 배신감마저 느낄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형선망 탈부산 사태를 부채질한 선망 업계와 부산공동어시장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선망은 어획량 감소와 어장 축소, 선박 노후화, 선주와 선원의 노령화로 사실상 존립 위기에 놓여 있다. 국내 최대 수산물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도 바닥에 어획물을 쏟아부어 경매하는 등 비위생적인 어획물 처리는 물론이고 인력 부족과 고령화로 수산물 처리 및 위판 속도가 지연되는 문제점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어획물의 신선도 저하는 어가 하락으로 이어져 선사 이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형선망 탈부산화 시작은 ‘국민 생선’ 고등어에 대한 부산의 독점적 지위 상실, 부산 수산업 위기를 재촉할 엄중한 사안이다. 단순히 운반선 1~2척이라고 넋을 놓고 있다가, 부산 수산업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개미구멍 하나가 큰 제방 둑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선망의 부산 유출, ‘대한민국 수산 1번지’ 위상 추락을 막기 위해 부산시와 수협, 부산공동어시장이 어시장 현대화 사업 조기 완료와 인력과 위판 시스템 문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산선사들이 위판·가공·유통 전 과정을 부산에서 아우를 수 있는 탄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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