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환자 맞춤형 ‘백세콩’ 세계 첫 개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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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농학과 정종일 교수
비린 맛 등 5가지 성분 제거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어

정종일 교수 백세콩 정종일 교수 백세콩

면역력과 소화력이 약한 실버세대와 환자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콩이 한국에서 처음 나왔다.

경상국립대 농학과 정종일 교수는 23년에 걸친 연구 끝에 비린 맛과 알레르기,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5가지 성분을 제거한 새로운 품종 ‘백세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대표적인 건강식품 가운데 하나로 잘 알려진 콩은 땅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를 만큼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철분과 아연, 엽산, 섬유질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건강 유지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수 많은 단백질 성분 중에 일부 성분은 오히려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비린내를 내는 ‘리폭시게나제’, 식물의 독소 단백질로 불리며 인슐린 저항성과 면역질환, 메스꺼움, 구토 등을 유발하는 ‘렉틴’,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쿠니츠 트립신 억제제’와 ‘7S 알파-서브유닛’ 등 4가지 단백질이다. 이 때문에 노약자와 환자 상당수는 콩 섭취를 꺼려왔다.


정종일 교수 백세콩 정종일 교수 백세콩

건강 기능성과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식품인 콩을 많이 섭취해 100세 장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담아 ‘백세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콩에는 이 같은 약점이 없다. 백세콩에는 리폭시게나제와 렉틴, 쿠니츠 트립신 억제제, 7S 알파-서브유닛 등 4가지 단백질이 없는 것이다. 또 장내 가스를 유발하고 소화불량을 일으켜 속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난소화성 당 성분인 ‘스타키오스’ 함량도 일반 콩보다 80% 정도 낮다. 면역력과 소화력이 약해진 환자와 실버세대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특히 이 콩은 유전자조작 방식이 아닌 교잡육종법으로 육성한 Non-GM 품종으로, 4가지 단백질을 제거한 콩으로서는 세계 처음이다.

유전자조작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던 만큼 육성에만 23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에는 비린내를 없앴고, 이듬해에는 여기에 소화불량 요소를 추가로 없애봤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를 거듭해왔는데 무엇보다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가뭄이나 태풍 등 천재지변이 올 때마다 노심초사하며 농사를 지었다. 그 결실이 23년 만에 맺어진 것이다.

남은 과제는 백세콩의 상품화다. 정 교수는 내년에 농업회사법인 (주)씨드웰과 함께 전국적으로 30만 평 이상 백세콩을 재배해 상품화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백세콩으로 기존 콩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두유·두부·콩고기·콩소시지·된장·간장 등의 제품을 개발해 콩 재배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게 됐다”며 “면역력과 소화력이 약한 환자와 노인을 위한 첨가제 없는 전두유와 콩죽 등 다양한 국산 콩 제품을 생산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백세콩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 2022년 6월 7일자에 게재됐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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