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아주 특별했던 시대의 마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30년간 세계경제 지배한 세계화 종언
새로운 산업 키울 사람과 문화 필요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 대학에서 출발

세상의 변화를 재빨리 읽는 것은 쉽지 않다. 변화의 흐름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야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도 그랬다. 돌이켜 보면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이긴 것도 범상치 않은 변화의 예고였다. 트럼프를 연호하며 강력한 지지 그룹을 형성하였던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전에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한 지지는 일자리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산업공동화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백인들이 트럼프 현상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었는데, 이에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일으키고 미국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압력을 행사하였다. 당장 중국에서 물건이 들어오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고, 높은 인건비 때문에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에 주저하긴 하였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었다. 트럼프에 이어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트럼프가 열었던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아시아에 주도권을 내주었던 반도체를 통째로 미국으로 가져오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미국이 스스로 외쳤던 자유주의와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30년은 매우 특별한 시기였다. 세계화의 이름으로 국제무역을 그렇게 시장에 무제한적으로 맡겼던 시기는 거의 없었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완수하고 세계의 유일한 공장으로 군림하던 19세기 중·후반 약 30년 동안 인류는 유사한 무제한의 자유무역 시대를 구가한 적이 있었다.

지난 30년에 다시 이례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그 어떤 시기에도 상품은 물론 자본과 사람까지 이렇게 자유롭게 이동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돈은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몰려들었고, 중국에서 세계의 가장 큰 노동시장과 결합되어 그 어느 곳에서도 만들 수 없는 많은 상품을 가장 싸게 세계에 공급하였다. 세계 각국이, 엄청난 유동성의 공급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을 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값싼 제품의 무제한 공급 때문이었다.

이러한 세계화라는 말이 처음부터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은 아니었다. 국정을 담당했던 사람들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세계화라는 말을 처음으로 던졌던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1995년 10월 캐나다와 유엔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제 ‘세계화와 일류화’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한 말이 효시였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2년 후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였는데, 이것은 세계화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했음을 말해 준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화 때문이었다. 세계화 시기 동안 중국은 본격적인 대외 개방 정책을 통하여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이러한 중국에 소나기 수출을 함으로써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중국 압박은 관대했던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끝났음을 선언한 것이다. 사실 저임금에 기반한 경공업에서 시작하여 이제 첨단산업으로까지 올라선 중국에 대해 그동안 미국은 이상하리만치 관대했다. 그러다가 G2로 올라선 중국의 위협에 대해 미국이 뒤늦었지만 강한 견제를 하면서 세계경제의 틀을 새롭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부산의 미래와도 무관하지 않다. 새롭게 전개될 세계질서가 부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대체로 탈중국화의 흐름이 지배할 때 부산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세계화의 종언이 어떤 흐름을 만들어 낼지 주시하면서 미래를 차분히 준비해 가야 하는 시점이다.

항만과 공항은 이제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부산을 성장시킬 핵심적인 두 기둥이 될 것이다. 그와 함께 부산이 채워야 할 것은 그동안 너무 약화된 산업적 기반이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람과 문화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마침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중의 핵심은 교육 문제’라면서 지방대학에 대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넘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지역의 인재를 길러 내는 일에 지역이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부산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문이 바로 대학이다. 한발 앞서 지역대학과 소통하면서 지역대학을 성장의 동력으로 키워 나가는 준비를 하여야 한다. 아주 특별했던 지난 30년간의 세계화의 종언이 부산의 미래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묻고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