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액 비중 전국 2%에도… 부산 바이오벤처 ‘괄목상대’
신라젠 사태·투자 한파에도 성장
쉐어앤서비스 의료기기 임상시험
내년 상장 준비 SNVIA도 ‘주목’
부산기술연합지주 ‘버팀목’ 역할
인력 확보·단기 성과 요구 아쉬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부산 바이오벤처를 두고 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구자 격인 신라젠의 비상과 추락, 그리고 연이어 불어닥친 투자 한파 탓에 와신상담해 온 부산 바이오벤처다. 올 들어 후발 주자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부산 바이오벤처에 새로운 봄이 찾아왔다.
후발 주자 중 대표 격으로 우선 주목받는 업체는 2020년 창업한 인제대 교원창업기업인 쉐어앤서비스다.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를 위한 재활 디지털 치료기기 ‘이지브리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쉐어앤서비스는 이지브리드를 앞세워 확증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다. 의료기기의 확증 임상시험은 신약으로 치자면 임상 3상에 해당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한자가 국내에만 33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시장성은 이미 확보됐다는 평가다.
내년 상장을 준비하는 SNVIA도 주목받는 바이오벤처다. SNVIA의 주종목은 의료용 마이크로 니들. 쉽게 말해 피부에 붙이는 미세 주사기다. SNVIA 이강오 대표는 “의료용 마이크로 니들은 의료 지식이 없는 노약자도 붙이기만 하면 몸에 주사약을 투여할 수 있다. 일부 약물은 일반 주사보다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마이크로 니들이 도입되면 정부는 팬데믹 발생 시 숙련된 의료진 없이도 비축된 백신을 배포만 하면 된다”고 기술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SNVIA는 4월부터는 질병청과 연계해 원숭이두창 치료제 패치를 본궤도에 올려놓고 식약처 품목 허가를 시도 중이다.
수년 사이 투자 한파에 직격탄을 맞은 게 바이오 업계라지만 부산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2021년 전국 벤처 투자액 비중이 2%도 안 되는 부산이지만 당장 업황은 5%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춘궁기에 부산 바이오벤처를 이끌어 온 건 ‘스타트업의 산실’ 부산연합기술지주다. 부산연합기술지주는 2016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지역 우량업체 83개사를 발굴해 150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 중 바이오 기업 10개사에 25억 원이 투입됐다. 그 덕에 쉐어앤서비스 외에도 독성이 없는 면역억제제부터 디지털 기반의 전립선암 치료법 개발업체까지 다양하게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흔히 바이오 업계에서는 창업자와 기술자의 입김은 임상 2상 이전까지라고 본다. 임상 2상 이후에는 사실상 회사가 연구 논리보다는 자본 논리로 돌아간다. 개인투자에 대한 경각심이 늘면서 부산에서도 수도권 바이오 전문 투자사를 통한 유상증자 등을 시도하고 있다. 제도권 내에서 검증된 투자만 받고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라젠을 반면교사 삼아 글로벌 제약회사들처럼 임상 통과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대행업체를 쓰는 벤처도 늘었다.
다만, 부산 바이오벤처들에게 아쉬운 건 부산의 보수적인 투자관과 원활하지 못한 산학 클러스터다. 제대로 된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수도권과 비교하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의 배려 없이 단기적인 성과만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