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4분기 실적도 ‘꽁꽁’… “바닥 아직 멀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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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영향 매출 감소 예상
스마트폰 등 국내 가전 소비 부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급감
내년 1분기 기업 수출 악화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전자업계의 ‘고난의 행군’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불황의 골이 경제 전반으로 파고드는 데다 특히 고금리에 가계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대형 TV와 최신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통신기기에 대한 소비가 얼어붙은 탓이다. 전자산업 ‘쌀’로 불리며 우리 산업의 버팀목이던 메모리 반도체마저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전자업계는 더 혹독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 4분기 연결기준 매출 전망은 72조 218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7%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 7026억 원으로 무려 51.7% 급감이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7조 원 아래로 내려간 걸로 예측된 것은 코로나 유행 첫해인 2020년 2분기(6조 4473억 원) 이후 처음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세트(완성품) 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급감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1조 41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3분기보다 72% 급감한 것이다. 실적의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는 SK하이닉스는 4분기 적자 전환까지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손실을 1조 491억 원까지 예측한다. 만약 분기 적자가 현실화하면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문제는 실적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고가 남아있는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도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4분기 매출 22조 7049억 원, 영업이익 3868억 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7.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8.2% 급감한 수치다. 글로벌 TV 수요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LG전자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자동차의 전자제품화 추세에 따라 전장부품(VS) 사업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가전 부문의 적자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달까지 국내 완성차 5사의 친환경 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1% 증가한 29만 4179대다. 연말까지 3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하이브리드가 16만 5328대, 수소전기차가 9718대 팔렸고, 전기차는 처음으로 연간 10만 대를 돌파해 11월까지 11만 9133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선을 국내 완성차 업계 전체로 돌리면 판매실적은 9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실적은 지난달까지 125만 8972대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국산 완성차 내수판매는 지난해보다 2.5% 감소한 139만 대로 예상된다. 12월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내수 부진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내수 부진은 코로나와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계속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산업의 핵심 축인 전자와 자동차 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내 기업의 내년 1분기 수출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1.8로 조사됐다. 올해 4분기(84.4)보다도 내년 1분기에 수출 체감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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