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나홀로 비정규직 방치
정규직 전환 질질 끌다 해 넘겨
500여 명 논의 5년째 희망고문
타 국립대병원 12곳 전환 완료
병원장 공석 때문이라는 해명에
노조 “어차피 할 일… 핑계일 뿐”
병원의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해 추진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전국 국립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부산대병원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표면적으론 병원장 공석 사태가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병원 내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 부족이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건의료노조(이하 보건노조) 부산지역본부 부산대 병원지부에 따르면, 전국 13개 국립대학병원 중 12개 병원이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으나, 부산대병원은 지난 1년여간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병원 내 미화·주차·시설 등 약 500명의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논의가 시작된 지 5년이 넘도록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2017년 정부는 ‘공공기관 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국립대학병원들은 정규직 전환에 착수했다. 병원의 특성상 정규직 전환의 효과가 서비스 강화로 이어져 환자가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보니, 병원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임했다. 2019년 1월 서울대를 시작으로 올 8월 충북대까지 12개 국립대학병원이 전환을 완료했다. 모두 병원의 직접 고용 형태였다.
반면 부산대병원은 초기에 몇 차례 논의가 이뤄졌으나, 병원 측의 ‘자회사 설립 뒤 고용’안과 노조의 ‘직접 고용’ 요구가 충돌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교섭 자리가 아예 열리지 않고 있다.
부산대병원 측은 올 4월부터 병원장이 공석이다 보니 더는 정규직 전환 논의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직무대행 체제에서 정규직 전환 등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는 무척 힘들다”며 “일단 병원장 임명을 기다리는 중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노조 측은 병원장 공석 사태가 ‘핑계’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있고 다른 국립대학병원은 완료한 사업인 만큼, 정규직 전환은 병원장 대행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현안이라고 주장한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새 원장이 오더라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시간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자회사 고용안을 내놓는 등 병원 측이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언제 전환이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는 ‘희망고문’만 이어지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동요는 심각한 편이다. 다른 국립대병원과 달리 비정규직으로 들어와야 하니 신규 채용이 어렵고, 임금 등에서도 비교가 되다 보니 병원을 떠나는 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마지막 교섭 뒤 1년여 사이 일을 그만둔 노동자는 9명으로, 주로 젊은 직원부터 퇴사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전기, 배수 등 시설 관리 근무자가 필요 인원보다 10명가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근무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의료서비스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문미철 부산대병원지부장은 “정규직 전환 논의를 마친 곳들은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이 훨씬 좋아져 상당히 비교된다”며 “반면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60%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인력을 새로 구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부산대병원장은 올 4월 이정주 전 원장이 퇴임한 이후 8개월 넘게 정성운 병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국립대학 병원장은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는데, 교육부 장관 인사 논란 등으로 부산대병원장 임명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