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난치암인 췌장암의 원인 찾았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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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불응성 췌장암에 대한 정밀진단·최적치료 연구 확대 기대
고려대 이상원 교수팀 연구결과, 암 연구분야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 캔서’ 게재

주요 연구진(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원 고려대 교수, 남도운 고려대 연구원, 황대희 서울대 교수, 장진영 서울대 교수). 고려대 제공 주요 연구진(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원 고려대 교수, 남도운 고려대 연구원, 황대희 서울대 교수, 장진영 서울대 교수). 고려대 제공
그림. 유전체 분석을 통한 유의미한 변이 유전자 (SMG) 동정: A)췌장암 환자에서 찾아진 유의미한 변이 유전자인 KRAS, TP53, CDKN2A, SMAD4, ARID1A, TGFBR2, RB1를 확인한 그림. B)7개의 유의미한 변이 유전자 모두 단백질 인산화 정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 고려대 제공 그림. 유전체 분석을 통한 유의미한 변이 유전자 (SMG) 동정: A)췌장암 환자에서 찾아진 유의미한 변이 유전자인 KRAS, TP53, CDKN2A, SMAD4, ARID1A, TGFBR2, RB1를 확인한 그림. B)7개의 유의미한 변이 유전자 모두 단백질 인산화 정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 고려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치료불응성 췌장암 환자들의 발병원인들을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어 그 차이를 고려한 치료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학교 유전단백체연구센터(교육부 핵심연구지원센터) 이상원 교수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협력연구 결과가 암 연구 분야의 최상위 학술지인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IF=23.19)’ 지난해 12월 22일(한국시간 12월 23일 오전)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고 2일 밝혔다.

췌장암은 전체 환자 중 약 10% 정도만 완치가 가능하고, 나머지 90% 이상의 환자는 현재 치료방법인 수술 및 항암치료에 모두 불응성인 질병이다.

현재 췌장암은 아주 효과적인 전신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수술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해부학적 특성상 주요 혈관 침범이나 전신 전이로 발견되어 80% 환자에서는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된다.

또한 췌장암 환자에 대한 항암제 치료는 현재까지 환자의 종양학적 특성 및 반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80% 이상의 환자들이 치료반응성이 없는 항암제를 투여받으며 신체적 고통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의 낭비를 감당하고 있다.

췌장암 6개 유전체분석 결과 유형에 대한 각각의 신호전달경로 분석 : 그림. 분류된 6가지 아형의 주요 신호전달경로. A)여섯 종류의 아형의 대표적인 신호전달경로 분석. 이는 췌장암의 분자 수준의 특징을 정의하는데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B)치료반응이 나쁜 췌장암환자들인 아형 2-4에 대표적인 높은 전이성 (invasive)과 가장 나쁜 예후를 보이는 아형 4의 세포 증식 특성을 보이는 신호전달경로를 확인함. 고려대 제공 췌장암 6개 유전체분석 결과 유형에 대한 각각의 신호전달경로 분석 : 그림. 분류된 6가지 아형의 주요 신호전달경로. A)여섯 종류의 아형의 대표적인 신호전달경로 분석. 이는 췌장암의 분자 수준의 특징을 정의하는데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B)치료반응이 나쁜 췌장암환자들인 아형 2-4에 대표적인 높은 전이성 (invasive)과 가장 나쁜 예후를 보이는 아형 4의 세포 증식 특성을 보이는 신호전달경로를 확인함. 고려대 제공

기존의 췌장암에 대한 대부분의 기초 실험은 소수의 암세포주를 통한 실험이면서, 유전체 변이와 기능 탐색이 대부분이어서 치료 불응성을 가진 환자와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국내를 대표하는 유전체, 단백체 및 생물학적 기전 연구 분야의 국내 최고의 기초연구자들과 췌장암 임상의사와의 협력연구를 통해, 그동안 200명 이상의 환자에서 추려진 150명의 췌장암 환자로부터 암조직과 혈액 시료를 얻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기반 유전체 분석과 질량분석기반 단백체 분석을 동시 실시했다.

그 결과 약 1만 2000여개의 체세포 변이들 중에서 췌장암의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변이 유전자 (KRAS, TP53, CDKN2A, SMAD4, ARID1A, TGFBR2, RB1)를 찾았고, 이들 변이와 인산화 정도간의 높은 상관성을 밝혀 유전자들이 췌장암 발병과 관련된 중요한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기존 연구와는 달리 유전체 분석과 단백체 분석을 동시에 시행하여 연구에 사용된 비슷한 병기를 가지고, 조직학적으로도 동일한 췌관선암에서 임상치료 성적이 매우 다르고 발병원인이 매우 다른 6가지의 췌장암 유형으로 분류되고, 이것에 따라 치료 성적이 3배 이상 차이를 보임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또한, 전임상 정위(orthotopic) 췌장암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유전단백체 분석에서 발견한 아형별 특징을 효과적으로 검증했다.

이 여섯 종류의 췌장암 유형은 각각 다른 세포 신호전달경로를 가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췌장암의 원인에 이를 이용하면 기존의 치료에 듣지 않은 췌장암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연구를 주도한 고려대 이상원 교수와 서울대병원 장진영 교수는 “이번 치료불응성 췌장암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치사율이 높은 췌장암에서 기존 치료가 듣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를 광범위한 유전단백체 분석을 통해 밝혔다”면서 “이를 이용하면 향후 췌장암 환자에 효과도 없는 무의미한 치료를 하지 않고, 췌장암 유형별 특이 유전단백체 특성을 이용해 정밀한 진단 및 맞춤형 치료방법 개발·적용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암 연구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Nature Cancer’에 게재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암유전단백체연구와 독자개발 기술력의 세계적 우수성을 인정받게 되었다”며 “향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췌장암 유전단백체 국제협력연구 및 췌장암 정밀의료연구를 고려대 유전단백체연구센터가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여섯 가지 췌장암 유형을 판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국내 단백체 기술 기반 정밀의료기술 개발 기업인 베르티스에 이전했으며, 이를 통해 췌장암 아형판별기술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과기정통부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유전체 데이터와 사상 최대의 췌장암 단백체 데이터를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에 등록, 국내외 췌장암 연구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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