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사랑한 판소리꾼, 득음 대신 부산 대표 프리마켓 ‘득템’ [덕업일치 성공기]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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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부산 2030] 덕업일치 성공기

‘마켓움’ 손지민 대표
판소리 벽 느낄 때마다 캠핑 훌쩍
쇼핑 접목해 관련 용품 팔기 시작
캠퍼 호평 힘입어 프리마켓 기획

“이런 것은 어디서 샀어요? 어디에서 팔아요?”

‘마켓움’ 손지민 대표가 캠핑을 즐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자신을 캠핑 마니아이자 쇼핑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마켓움은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 프리마켓(free market)이다. 플리마켓(flea market)이 단순히 중고물품이나 골동품을 사고파는 벼룩시장 같은 개념이라면, 프리마켓은 청년 예술가나 사업가의 개성이 넘치는 수제품이 거래되고 각종 문화공연 등이 더해진 마켓을 이야기한다. 프리마켓을 만드는 기획자이니 쇼핑 전문가라는 칭호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손 대표의 ‘본캐’는 판소리 선생이었다.

판소리가 천직인 줄 알았던 손 대표지만 가르칠 때 스트레스가 컸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손 대표는 캠핑을 다녔다. 자연을 보며 쉬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했다. 또 다른 손 대표의 취미는 ‘쇼핑’이었다. 어머니가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 걱정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물건에 관심을 두고 사는 것을 좋아했단다. 물건을 하도 많이 사다 보니 그는 ‘제대로 된 물건을 제 값 주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자평할 정도가 됐다.

캠핑과 쇼핑이 만나니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손 대표는 “캠핑을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쁜 물건을 더 좋아한다. 근데 예전 캠핑 도구들은 가볍고 튼튼하게만 만들어져 예쁘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제품을 마련해 텐트를 예쁘게 장식했다”고 말했다.

감성 캠핑이란 말도 없던 시절에 텐트를 예쁘게 꾸미고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살 만했다. 지나가던 사람도, 옆에서 캠핑하던 이도 “이런 건 어디서 사냐”고 물을 정도였다. 각자의 감각을 발휘해서 크고 작은 텐트들을 세우고 꾸며 놓으면 마치 작은 마을 같았다. 이 장면을 마켓과 연결해서 작은 페스티벌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바닷가 캠핑장을 빌려 텐트를 치고 첫 프리마켓을 열었다. 판매자들은 모두 손 대표의 지인과 캠퍼였다. 캠핑용품, 빈티지 소품, 서핑 소품, 마카롱, 카레, 딸기, 패션용품, 장난감, 애견용품, 일본인 인형 작가의 작품 등을 팔았다.

이후 손 대표는 2015년 마켓움을 창업하고 플리마켓의 대표가 됐다. 일회성으로 시작한 마켓이 화제가 되고 재요청이 꾸준히 들어와 ‘창곶’이라는 공간에서 마켓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마켓움 프리마켓의 핵심 품목은 ‘리빙&라이프’다. 마켓움의 프리마켓에는 지역 작가를 비롯한 100개 팀 정도가 참가한다. 100개 팀 안에 들기 위한 장벽은 높다. 어머니가 걱정할 정도로 소비를 해 봤기에 누구보다 기준점이 높은 셈. 손 대표는 마켓움의 대표가 되면서 오히려 쇼핑을 줄이게 됐다고 한다. 실제 자기 물건을 사듯이 프리마켓을 꾸미다 보니 직접 기획한 마켓을 보면 직접 산 것 같아서다. 여전히 직접 기획한 프리마켓에서 가장 많이 사는 사람은 손 대표와 손 대표의 어머니이기는 하다. 손 대표는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더 잘 먹고, 물건도 사 본 사람이 더 잘 산다’는 말처럼 쇼핑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가격, 품질 등의 조건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쇼핑과 캠핑에 빠져 ‘뭐가 될까’ 걱정되던 판소리 선생은 이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프리마켓의 기획자가 됐다. 부산영화의 전당, F1963은 물론 서울 노들섬, 문화역 서울 284 등 핫 플레이스에 초대받아 마켓을 열기도 했다.

손 대표는 자신을 ‘현대판 장돌뱅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예전에 장날이면 사람들이 구경도 하고 물건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었던 것처럼 모두의 축제가 되는 페스티벌형 마켓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글=장병진 기자 joyful@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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