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STO 지침,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성패 가른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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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편입 가이드라인 발표 예정
한국거래소, STO 거래 준비 박차
증권형 토큰 특성화로 차별화 노린
디지털자산거래소 기능 축소 우려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입주한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구. 김종진 기자 kjj1761@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입주한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구. 김종진 기자 kjj1761@

금융 당국이 ‘증권형 토큰’(STO)을 기존 금융권에 포함시키기 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위상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STO를 제도권 금융에서 취급하게 될 경우 STO 거래를 주요 기능으로 구상했던 디지털자산거래소의 기능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ST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증권형 토큰의 기준을 제시하고 발행과 유통 관련 규제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2023년 신년사를 통해서도 STO 관련 법제도 마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조각 투자·증권형 토큰 등 새로운 투자수단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규율체계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은 크게 STO와 같은 증권형 자산과 기존 가상자산과 같은 비증권형 자산으로 나뉜다. STO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달리 주식처럼 실물 가치에 근거해 발행된다는 점에서 증권성을 갖춘 것으로 분류된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STO 등 증권형 자산은 자본시장법을, 비증권형 자산은 디지털자산법을 적용해 규율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산시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역시 STO를 대표 상품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증권형 자산거래소와 비증권형 자산거래소, 이원 구조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STO 거래 플랫폼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규제 특례를 얻어 진행 중인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 ‘비브릭’이 대표적이다. 부산시는 이러한 특구 사업의 노하우를 살려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를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대로 금융 당국이 STO를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기존 금융 시스템에 포함시킬 경우 STO 거래는 증권 거래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몫이 된다. 한국거래소 역시 STO 거래를 담당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은 최근 열린 부산 지역 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증권형 토큰을 상장하고 거래하는 디지털증권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증권형 토큰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새로운 본부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부산에 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구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예상대로라면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는 STO 매매 등 주요 기능을 한국거래소에 내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주최로 열린 ‘부산 금융중심지 포럼’에서 한 참가자는 “금융 당국이 STO를 증권으로 판단해 기존 금융 시스템(한국거래소 매매 시스템)에 포함시킬 경우, 부산 거래소는 STO를 제외한 채 가상자산 매매를 주업무로 추진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 경우 업비트 등 기존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차별성이 떨어져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금융 당국이 정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은 상황인지라 당국의 결정을 지켜본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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