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시금고 맡으려면 은행 이름에 ‘울산’ 넣어라” 발언 해석 분분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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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경남은행 26년간 4조원대 울산시 1금고 맡아
협력사업비 올리라는 우회적 압박 아니냐 분석도
농협 등 주요 은행들 촉각 ‘시금고 유치’ 치열할 듯

김두겸 울산시장. 부산일보DB 김두겸 울산시장. 부산일보DB

김두겸 울산시장이 “BNK경남은행이 울산시의 1금고를 맡기 위해서는 은행 이름에 ‘울산’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시장이 지난달 26일 지역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인데, BNK경남은행이 4조 원대 시 곳간을 관리하는 만큼 협력사업비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우회적 압박으로 풀이된다.

향토 은행이 없는 울산에서 BNK경남은행의 독점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지역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4일 울산시 복수의 관계자는 “(김 시장이) 공식 석상에서 BNK경남은행 이름에 울산을 넣어야 한다고 의사 표명한 것은 맞다”며 “시금고 선정에서 울산시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울산시는 전체 예산을 1, 2 금고로 나눠 경쟁 입찰을 거쳐 1금고는 BNK경남은행, 2금고는 농협과 계약해 관리하고 있다.

1금고를 맡는 BNK경남은행은 올해 기준 일반회계 3조 7800억 원과 기타 특별회계 4838억 원을 합해 연간 총 4조 2638억 원의 자금을 관리한다. 연 평균 잔액은 3500억 원에 이른다. 울산이 1997년 광역시 승격 후 26년간 줄곧 경남은행이 1금고를 맡았다. 2금고인 농협도 공기업특별회계와 지역개발기금, 농어촌육성기금 등 총 3922억 원을 운영 중이며, 시에 지원하는 협력사업비는 총 25억 원이다. 두 은행 모두 계약기간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이다.

김 시장이 이번에 BNK경남은행을 콕 집어 시금고 계약을 거론하자, 경남은행은 물론 지역 금융권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올해 말 계약 종료를 앞둔 BNK경남은행의 경우 앞으로 울산시와의 관계 정립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 시장 발언을 곧이곧대로 본다면 BNK경남은행이 다시 울산시 금고지기로 선정되기 위해선 이름에 ‘울산’을 넣거나 금융그룹 내 독립법인으로 ‘울산은행’을 신설해야 해 난감한 입장이다.

협력사업비 상향에 방점이 찍혀 있더라도 기존 110억 원(4년)인 사업비를 얼마만큼 올려야 할지 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올해 하반기에는 시금고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이 예정돼 있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시금고 운영과 관련해) 울산시로부터 공식적으로 어떤 통보도 받은 적 없다”며 말을 아꼈다.

2금고인 농협도 불똥이 튈까 신경 쓰는 분위기다. 이번 일이 시금고뿐만 아니라 농협이 맡고 있는 울산시교육청 금고(연간 2조 240억 원)와 5개 구군 금고(연간 총 2조 7324억 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대형 금융기관들도 향후 시금고 선정 기준에 변화가 있는지 추이를 파악하고 있다. 예년과 다르게 주요 은행들 사이에 ‘시금고 유치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2019년 울산시 금고 입찰에서는 기존 경남은행, 농협 외에 국민은행이 1·2금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시 관계자는 “매번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재무구조와 안정성, 금고 관리 능력,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평가해 최적의 금융기관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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