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 상서로운 기운 넘치는 산청에서…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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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약초 테마 입힌 동의보감촌, 산청 한방·항노화·힐링 관광 중심지
엑스포주제관과 산청한의학박물관에선 한의학과 세계 전통의약 역사 공부
‘명당 중 명당’ 한방기체험장 3석에 머리 대고 기도하면 임신·승진 등 ‘대운’
산청 출신 성철 스님·남명 조식 선생 등 발자취 따라가면서 역사 여행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가슴속 무거운 시름은 덜어 내고 행복한 일들로 채울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한 해의 첫머리,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뒤로는 남서쪽 지리산과 북동쪽 황매산이 감싸며 앞으로는 남강과 접하는 배산임수의 명당, 길운이 들어와 대운이 열리고, 산 좋고 물 좋아 몸과 마음이 절로 위로되고 정화되는 곳, 상서로운 고장 산청으로 향했다.


산청 동의보감촌은 한의학과 약초를 테마로 조성한 경남 산청군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산청군은 올해 9월 개최되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를 통해 한방항노화힐링·웰니스 관광 1번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산청 동의보감촌은 한의학과 약초를 테마로 조성한 경남 산청군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산청군은 올해 9월 개최되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를 통해 한방항노화힐링·웰니스 관광 1번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방의 건강한 기운 품은 ‘산청 동의보감촌’

경남 산청군 금서면에 있는 동의보감촌은 왕산과 필봉산 아래 널찍이 자리잡은 산청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산간 오지였던 산청을 전국적으로 알린 곳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은 조선시대 의관 허준이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해 1610년에 저술한 의학서다. 동의보감과 무슨 연관이 있길래 동의보감촌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지를 만들었을까. 이곳은 원래 고령토 폐광 지역이었다. 예부터 약초로 유명했던 산청군은 테마가 있는 관광산업을 키워 보고자, 소설 <동의보감>과 드라마 ‘허준’에서 실존 인물인 허준과 허준의 스승으로 묘사된 가상의 인물 유의태를 활용해 한의학과 약초를 테마로 2008년 동의보감촌을 개장했다. 이후 한방자연휴양림과 치유의숲, 산약초체험단지 등을 잇따라 조성하며 현재 그 부지만 해도 약 70만 평에 달한다.

동의보감촌이 산청을 알리는 대표 관광지가 된 건 정부가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과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해 2013년 개최한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통해서다. 엑스포 기간 방문객이 216만 명으로 국내에서 열린 지역 엑스포 중 방문객이 가장 많았다. 산청군은 10년 만인 올해 9월 15일부터 10월 19일까지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를 개최한다. 올해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한방항노화힐링·웰니스관광 1번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엑스포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행사 장소인 동의보감촌을 새 단장하고 있다. 영산인 지리산 자락에 깨끗한 공기와 물을 기반으로 자생하는 1000여 종의 약초에 얘깃거리를 입혀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 십분 활용한 산청군의 노력이 가상하다.


만지면 부귀와 장수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황금장수거북. 길이 20m, 너비 13.5m, 높이 4.7m로 거북 조형물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한다. 만지면 부귀와 장수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황금장수거북. 길이 20m, 너비 13.5m, 높이 4.7m로 거북 조형물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한다.

동의보감촌 산책로 곳곳에서는 ‘산약초를 채취하지 맙시다’라는 경고문을 볼 수 있다. 자생하는 약초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촌 산책로 곳곳에서는 ‘산약초를 채취하지 맙시다’라는 경고문을 볼 수 있다. 자생하는 약초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한방기체험장에 있는 3석 중 귀감석. 머리를 대고 기도를 하면 임신이나 승진과 같은 길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산청 출신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도 매년 귀감석을 찾는다고 한다. 동의보감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한방기체험장에 있는 3석 중 귀감석. 머리를 대고 기도를 하면 임신이나 승진과 같은 길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산청 출신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도 매년 귀감석을 찾는다고 한다.

한방기체험장으로 가면 좋은 기운이 ‘팍팍’

동의보감촌은 엑스포주제관, 산청한의학박물관, 산청약초관과 같은 상설 전시관과 한방테마공원, 약초테마공원 등 야외 시설, 숙박이 가능한 한방자연휴양림, 허준순례길 1·2·3코스 등 숲길 걷기 코스로 구성돼 있다.

동의보감촌 주차장에서 나서면 도로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으로 가면 산청한의학박물관, 산청약초관, 한방기체험장을 지나 한방자연휴양림까지 닿는다. 왼쪽으로 가면 엑스포주제관과 한방테마공원을 거쳐 산청한방가족호텔과 동의본가, 한방자연휴양림까지 이어진다. 큰 도로로 일주할 수 있게 돼 있어 차로 동의보감촌 전체를 둘러봐도 되지만, 여유롭게 소소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챙기려면 도보 일주를 추천한다. 걸어서 모두 둘러보는 데는 2~3시간 정도 걸린다.

동의보감촌의 진면목을 보려면 엑스포주제관과 산청한의학박물관에 먼저 들러야 한다. 한의학의 역사와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된 <동의보감>에 대해, 그리고 전 세계 전통의약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엑스포주제관과 산청한의학박물관 연결로 서쪽으로는 커다란 황금빛 거북 조형물인 황금장수거북이 눈에 들어온다. 거북 조형물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한다. 예부터 황금색은 부귀를, 거북은 장수를 뜻한다고 한다. 만지면 부귀와 장수를 일거양득할 수 있다는 말에 거북을 어루만지는 관람객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한방테마공원과 약초테마공원은 산책하기 좋다. 한방테마공원에는 거대한 곰과 호랑이 조형물이 있다. 단군 신화에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환웅이 쑥과 마늘을 준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의약 처방이었다는 발상에서 조형물을 만들었다니 흥미롭다.

한방테마공원에서 한방기체험장 앞 초객정까지는 산책로가 있다. 허준순례길 1~3코스이자 오장육부 테마길이다. 오장육부 테마길은 산책로마다 오장육부 이름을 붙였다. 안내판에는 각 장기에 좋은 약재를 소개하고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산약초를 채취하지 맙시다’라는 경고문이 보인다. 동의보감촌 일대에 자생하는 약초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란다.

동의보감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한방기체험장이다. 한방기체험장에는 3개의 돌이 있다. 귀감석, 석경, 복석정 이렇게 3석이다. 3석은 배산임수의 명당 산청에서도 가장 좋은 기운이 집중된다는 명당 중의 명당에 있어 3석에 머리를 대고 기도를 하면 큰 병이 낫고, 임신이나 승진과 같은 대운을 얻는다고 한다. 산청 출신의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1년에 한 번 귀감석을 찾아 좋은 기운을 얻은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찾았다고 한다. 거북 등 모양의 귀감석에 담긴 얘기도 재밌다. 아이를 갖지 못했던 부부가 황매산에 있던 큰 돌에 기도를 한 뒤 아이를 가졌고, 이후 그 돌이 좋은 기운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고 한다. 127톤이나 된다고 하니 길운의 무게감이 묵직하다.

한방기체험장 바로 옆에는 출렁다리인 ‘무릉교’가 있다. 210m 길이의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발 아래로는 필봉산 숲이, 북동쪽으로는 멀리 황매산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 중기 대표적인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들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덕천서원. 실천 유학을 강조한 조식 선생은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영남학파의 쌍두마차였다. 조선 중기 대표적인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들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덕천서원. 실천 유학을 강조한 조식 선생은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영남학파의 쌍두마차였다.

산청 겁외사 안쪽에는 성철 스님이 대원사로 출가하기 전 25년 동안 살았던 생가가 복원돼 있다. 생가터 안채에는 성철 스님이 해인사 백련암에서 검소하게 생활했던 방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산청 겁외사 안쪽에는 성철 스님이 대원사로 출가하기 전 25년 동안 살았던 생가가 복원돼 있다. 생가터 안채에는 성철 스님이 해인사 백련암에서 검소하게 생활했던 방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성철 스님과 조식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

산청이 배출한 인물도 많다. 현대 불교 최고의 고승인 성철 스님과 실천 유학을 강조한 조선 중기 대표적인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 중국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목화 재배와 보급에 기여한 고려 말기 문신 문익점 등이다. 산청을 찾았다면 그들의 발자취를 뒤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역사 여행이다.

산청군 단성면에 자리한 겁외사는 성철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깃든 불교의 성지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스님의 대표적인 법문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법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이라는 뜻의 겁외사는 스님을 추모하고 뜻을 기리는 사찰이다. 대웅전에는 한국 수묵화의 대가 김호석 화백이 그린 성철 스님 진영이 걸려 있고 외부에는 스님의 출가, 수행, 설법, 다비식 장면 등을 묘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겁외사 가장 안쪽 성철 스님의 생가터에는 생가를 복원해 놓았다. 안채에는 성철 스님이 해인사 백련암에서 생활했던 방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생가터에 있는 포영당에는 성철 스님이 평소 수없이 손질해 입은 두루마기와 고무신을 비롯해 평소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소장 도서와 메모지, 유필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노창운 문화관광해설사는 “기워 입은 흔적이 많은 스님의 두루마기는 성철 스님의 검소함과 무소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품”이라고 설명했다.

겁외사에서 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덕천서원이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들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한 서원이다. 덕천서원에서 차로 3분 정도 거리엔 산천재가 있는데, 산천재는 조식 선생이 생의 후반부를 보내며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했던 곳이다. 조식 선생은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영남학파의 쌍두마차였다. 실천을 강조하고 사회 현실과 정치적 모순을 비판한 그의 학문은 제자들에게도 이어졌고, 굳건한 선비 정신은 임진왜란 때 의병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문익점이 장인 장천익과 중국에서 가져온 목화를 시험 재배했던 목면시배유지도 가까운 곳에 있다. 전시관에 들르면 어느새 우리나라 의복 혁명의 출발점에 서게 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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